고양이 · 2026-10-26
고양이 품종별 평균 수명, 왜 이렇게 다를까
메인쿤·샴·브리티시숏헤어 등 흔한 품종들의 평균 수명이 몇 년씩 차이 나는 이유를, 대규모 동물병원·보험 데이터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입양하려는 품종을 정해 두고 "이 고양이는 몇 살까지 사나요"를 검색해 보면 숫자가 사이트마다 다릅니다. 어디서는 고양이 평균 수명이 14세라고 하고, 어디서는 12세가 안 된다고 합니다. 메인쿤은 몇 년, 페르시안은 몇 년 하는 식으로 소수점까지 적힌 표도 돌아다니는데 출처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출처가 분명한 1차 연구만 씁니다. 영국 왕립수의대(RVC)의 VetCompass 연구 두 편과 스웨덴 반려동물 보험 데이터, 그리고 품종별 유전 질환 연구입니다. 품종마다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왜 차이가 생기는지, 그 숫자를 우리 고양이 한 마리에게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14세와 11.74세, 둘 다 맞는 숫자인 이유
고양이 수명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크게 두 가지인데, 계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첫째는 사망 시 중앙연령(median age at death)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죽은 고양이들의 나이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값입니다. 2015년 O'Neill 연구팀이 영국 1차 진료 동물병원 고양이 118,016마리의 기록에서 사망이 확인된 4,009마리를 분석했는데, 사망 시 중앙연령은 14.0세였고 사분위 범위는 9.0~17.0세였습니다. 절반은 14세 전에, 절반은 그 뒤에 죽었고 가운데 절반이 9세에서 17세 사이에 몰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출생 시 기대수명(life expectancy)입니다. 나이대별 사망률을 바탕으로 "지금 태어난 고양이가 평균적으로 몇 년을 살 것인가"를 계산한 값이고, 사람의 기대수명과 같은 방식입니다. 2024년 Teng 연구팀이 같은 VetCompass에서 2019~2021년 고양이 사망 7,936건을 분석한 결과, 영국 고양이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11.74세(95% 신뢰구간 11.61~11.87)였습니다.
두 숫자는 측정하는 대상이 달라서 같은 자리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고양이 평균 수명은 몇 세"처럼 숫자 하나로 줄여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래에서 품종별 숫자를 볼 때도 어느 연구의 어떤 지표인지를 같이 적겠습니다.
2015년 연구: 품종별 사망 시 중앙연령
O'Neill 연구팀은 품종별 사망 시 중앙연령도 따로 계산했습니다. 괄호 안 n은 해당 품종에서 분석된 사망 개체 수입니다.
- 버만: 16.1세 (n=12)
- 버마: 14.3세 (n=31)
- 샴: 14.2세 (n=31)
- 페르시안: 14.1세 (n=70)
- 크로스브리드(비품종): 14.0세 (n=3,621)
- 브리티시숏헤어: 11.8세 (n=69)
- 메인쿤: 11.0세 (n=14)
- 랙돌: 10.1세 (n=21)
- 아비시니안: 10.0세 (n=11)
- 벵갈: 7.3세 (n=15)
이 목록은 사망 시 중앙연령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일 뿐, 어느 품종이 더 튼튼한지 매긴 순위가 아닙니다. 그리고 표본 크기를 꼭 같이 봐야 합니다. 비품종은 3,621마리였지만 버만(12마리), 아비시니안(11마리), 메인쿤(14마리), 벵갈(15마리)은 열 몇 마리뿐이라 몇 마리만 일찍 죽어도 중앙값이 크게 흔들립니다. 이런 품종의 숫자는 참고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표본이 많은 건 페르시안(70마리)과 브리티시숏헤어(69마리)입니다. 저희 집 딸기도 브리티시숏헤어라 11.8세라는 숫자에 눈이 갔는데, 이건 2015년 영국 병원 기록에서 나온 중앙값일 뿐 딸기 한 마리의 수명을 알려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흔히 "믹스가 순종보다 오래 산다"고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보면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버만, 버마, 샴, 페르시안은 비품종(14.0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길게 나왔습니다. 순종 전체를 평균 내면 짧은 쪽으로 기울 수는 있어도, 모든 순종이 믹스보다 짧게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2024년 기대수명 연구: 품종 말고도 수명과 연관된 것들
2024년 Teng 연구는 품종별 기대수명도 계산했습니다. 가장 길게 나온 품종은 버마(14.42세)와 버만(14.39세)이었고, 가장 짧게 나온 품종은 스핑크스(6.68세)였습니다. 지표는 다르지만 버마와 버만이 위쪽에 있는 건 2015년 연구와 같은 흐름입니다.
이 연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품종이 아닌 요인들입니다. 기대수명은 암컷이 12.51세, 수컷이 11.18세로 암컷이 1년 이상 길었습니다. 그리고 순종인 것, 체중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과체중이든 저체중이든), 중성화하지 않은 것이 짧은 수명과 통계적으로 연관이 있었습니다.
"연관"이라는 표현은 원인을 증명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도 품종처럼 바꿀 수 없는 조건과 체중이나 중성화처럼 보호자가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같은 분석에서 함께 수명과 이어져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품종 숫자가 짧게 나왔다고 실망할 필요도, 길게 나왔다고 안심할 필요도 없는 이유입니다.
스웨덴 보험 데이터 55만 마리: 순종과 비품종은 아픈 곳이 다르다
스웨덴 보험사 Agria의 고양이 약 55만 마리 데이터에서는 질병 범주별로 순종과 비품종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암컷 생식기 질환, 심장 질환, 수술 합병증, 하부 호흡기 감염, 면역 질환 등 대부분의 범주에서 순종의 위험도가 비품종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다만 비품종이 모든 면에서 유리했던 건 아닙니다. 내분비 질환, 근골격계 문제, 피부 문제는 오히려 비품종에서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연구에서는 비품종 고양이가 밖에 나갈 일이 더 많은 생활 방식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순종과 비품종은 "어느 쪽이 더 건강하냐"보다 "어떤 문제가 더 잘 생기냐"가 다르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순종에서 특정 질환이 몰려 나타나는 이유로는 흔히 근친 집중도, 즉 품종 안의 유전적 다양성이 거론됩니다. 생김새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가까운 혈통끼리 교배하다 보면 특정 유전자 변이도 함께 퍼지기 쉽다는 설명입니다. 아래 세 품종은 어떤 유전 변이가 어떤 질환으로 이어지는지가 비교적 잘 연구된 경우입니다.

메인쿤과 MYBPC3 변이: 증상 없이 진행되는 심장병
메인쿤에서는 비대성 심근병증(HCM), 즉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병과 MYBPC3 유전자의 A31P 변이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Godiksen 연구팀은 메인쿤 332마리를 조사했는데, 85%가 4세 미만인 젊은 고양이 위주의 집단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변이를 부모 양쪽에게서 모두 물려받은 동형접합 고양이는 18마리였고, 그 절반이 HCM이었습니다. 변이가 없는 고양이와 비교한 오즈비는 21.6이었습니다. 연관이 뚜렷하게 나온 결과지만, 18마리라는 작은 표본에서 나온 숫자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연구에서 메인쿤의 사망 시 중앙연령이 11.0세로 짧게 나온 것과 함께 볼 만한 내용입니다(이 숫자도 표본이 14마리뿐이라 참고용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A31P 변이를 가진 메인쿤의 비율은 조사 지역에 따라 20~40%대로 보고되지만, 변이를 가진 것과 HCM이 실제로 생기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2010년 Mary 연구팀의 유럽 연구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은 메인쿤 164마리(평균 2.6세)를 보면, 변이를 가진 고양이는 34%였지만 HCM이 확인된 고양이는 전체의 7%(12마리)였고, 그중 2마리는 변이가 없는 고양이였습니다. 평균 나이가 어린 집단이라 나이가 들어 발병하는 경우는 이 숫자에 다 잡히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실제 발병률을 본 연구들도 Godiksen 연구에서는 6.3%, 증상이 없는 스웨덴 메인쿤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진단 기준값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9.5~26.2%로 나왔습니다. 메인쿤이라고 해서 모두 HCM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품종보다 위험이 큰 집단이라는 통계적 의미입니다.
HCM이 무서운 건 겉으로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메인쿤이나 브리티시숏헤어처럼 HCM 위험이 큰 품종이라면, 건강해 보여도 정기적으로 심장 검진을 받을지 수의사와 상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코티시폴드와 TRPV4: 유전자 연관과 실제로 아픈 것은 다르다
스코티시폴드의 접힌 귀는 연골 발달에 영향을 주는 유전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2016년 Gandolfi 연구팀은 TRPV4 유전자 변이와 스코티시폴드 연골 이상증(골연골 이형성증)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귀를 접히게 하는 변이가 몸의 다른 연골과 관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 기록은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2023년 Velie 연구팀이 호주 VetCompass에서 스코티시폴드 1,131마리의 진료 기록을 살펴봤을 때, 연골 이상증 확진 기록이 있는 고양이는 12마리(1.1%), 확진은 아니지만 의심 사례로 기록된 고양이는 64마리(5.7%)였습니다. 두 집단은 겹치지 않습니다. 확진 숫자만 보면 위험이 작아 보이지만, 의심 사례까지 함께 봐야 실제 모습에 가깝습니다. 유전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모든 개체가 눈에 띄게 아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확진 기록이 적은 이유가 실제로 아픈 고양이가 적어서인지, 고양이가 통증을 잘 숨겨서 병원 기록에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이 숫자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스코티시폴드가 다리를 절면 연골 이상증으로 인한 통증일 가능성도 있으니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 보세요. 나이 탓이나 성격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페르시안과 다낭성 신장병: 유병률이 5%에서 37%까지 갈리는 이유
페르시안과 그 계열 품종은 다낭성 신장병(PKD), 즉 신장에 물주머니가 여러 개 생기는 유전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변이를 양쪽 부모에게서 모두 물려받은 태아는 태어나기 전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쪽에서만 물려받은 고양이에게 신부전이 생기는 경우 대개 7세 이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르시안에서 PKD가 얼마나 흔한지는 연구마다 5.03%에서 36.8%까지 차이가 큽니다. 어느 나라에서 조사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진단했는지, 번식 관리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유전자 검사로 5.03%가 나온 브라질 연구에서는 저자들이 그 낮은 수치를 유전 상담과 번식 선택의 영향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니 숫자 하나를 골라 "페르시안의 몇 %가 PKD"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메인쿤의 HCM처럼, 이것도 페르시안이면 반드시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이 큰 집단이라는 뜻입니다.
흥미롭게도 2015년 연구에서 페르시안의 사망 시 중앙연령은 14.1세로 비품종과 비슷했습니다. PKD가 보통 중년 이후에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위험이 높은 품종이라도 평균 수명이 짧게만 나오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같이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코리안숏헤어는 이 표의 어디에 해당할까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코리안숏헤어", 줄여서 코숏은 품종 등록 기준이 있는 순종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비품종 고양이, 즉 믹스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해외 연구로 치면 크로스브리드나 도메스틱 숏헤어(domestic shorthair)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코숏의 수명을 알고 싶다면 위 연구들의 비품종 숫자를 보면 됩니다. 2015년 영국 연구에서 비품종의 사망 시 중앙연령은 14.0세였습니다. 반대로 "코리안숏헤어에게만 있는 유전병" 같은 표현은 조심해야 합니다. 정해진 혈통이 없는 집단이라 특정 유전 질환이 몰려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물론 개체마다 타고난 건강은 다르고, 영국 데이터가 한국 고양이에게 그대로 맞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품종을 정했다면 기억해 둘 신호들
품종별 수명 통계는 그 품종에서 어떤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우리 고양이가 몇 살까지 살지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아래 신호가 보이면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지 말고 동물병원에 문의하세요.
- 메인쿤, 브리티시숏헤어처럼 HCM 위험이 큰 품종: 증상이 없어도 정기 심장 검진에 대해 수의사와 상의하기. 갑자기 쓰러지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기
- 페르시안 계열: 물을 유난히 많이 마시고 소변이 늘었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줄면 신장 기능을 확인해야 할 수 있음
- 스코티시폴드: 다리를 절면 연골 이상증으로 인한 통증일 수 있음
- 모든 고양이: 2024년 연구에서 체중 이상, 중성화 여부가 수명과 연관이 있었던 만큼 정기 검진 때 체중 변화를 같이 확인하기
입양 전이라면 분양처에 부모 고양이가 해당 품종에 흔한 유전 질환 검사를 받았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확한 위험도와 검사 시기는 고양이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수의사와 상의해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사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의심되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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