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08-15
고양이 비대성심근증(HCM), 조용히 진행되는 심장병을 아시나요
고양이에게 가장 흔한 심장질환인 비대성심근증(HCM)의 원인과 증상, 혈전색전증 위험과 진단·관리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심장병이 있어도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기침도 거의 하지 않고 평소처럼 밥을 잘 먹다가, 갑자기 숨을 몰아쉬거나 뒷다리에 마비가 와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배경에 가장 흔히 자리 잡고 있는 질환이 바로 비대성심근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입니다. 고양이 심장질환 중 가장 흔하면서도 진행이 조용해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한 이 질환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비대성심근증이란
비대성심근증은 좌심실 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입니다. 벽이 두꺼워지면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해 좌심방에 압력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좌심방이 늘어나면서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이나 흉강에 물이 고이는 흉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장 근육 단백질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메인쿤과 랙돌은 관련 유전자 검사가 상용화되어 있을 정도로 품종 소인이 뚜렷합니다.
잘 걸리는 고양이
- 품종 — 메인쿤, 랙돌, 브리티시숏헤어, 스코티시폴드 등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보고되지만, 품종에 상관없이 어떤 고양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중년~노령묘 — 대개 6~10세 사이에 진단되지만 어린 나이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수컷이 암컷보다 다소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갑상선기능항진증, 만성 고혈압 등 다른 질환이 심장 비대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합니다.
왜 발견이 늦어질까
강아지 심장병은 기침이나 운동 불내성처럼 알아채기 쉬운 신호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는 활동량 자체가 적고 아파도 티를 잘 내지 않는 습성 때문에 초기 증상이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건강검진 중 청진에서 심잡음이나 부정맥이 우연히 발견되며, 일부는 아무 전조 없이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거나 뒷다리 마비 증상으로 병원에 옵니다. 저희 집 딸기도 정기검진 때마다 청진을 빼놓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조용한 진행 때문입니다.
주요 증상
- 평소보다 숨을 빠르고 얕게 쉬거나 입을 벌리고 호흡
- 활동량 감소, 잘 숨거나 눕는 시간이 길어짐
-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
- 갑작스러운 뒷다리 마비와 극심한 통증(혈전이 대동맥 분기부를 막는 대동맥 혈전색전증, ATE)
- 청진 시 심잡음, 갤럽 리듬, 부정맥
가장 위험한 합병증, 혈전색전증
HCM으로 좌심방이 늘어나면 그 안에서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대동맥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을 막으면 뒷다리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차단되는데, 이를 대동맥 혈전색전증(ATE, 흔히 '안장 혈전'이라 부름)이라 합니다. 고양이가 갑자기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발톱이 차갑고 통증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면 응급 상황입니다. 이 합병증은 치료해도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아, HCM 진단을 받은 고양이라면 혈전 위험을 낮추는 약물 관리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단 방법
심잡음이나 부정맥이 청진에서 들리면 흉부 방사선과 혈액검사(NT-proBNP 등 심장 바이오마커 포함)로 1차 선별을 하지만, 확진에는 심장초음파가 필수입니다. 심장초음파로 좌심실 벽 두께와 좌심방 크기를 직접 측정해 비대 정도와 진행 단계를 평가하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고혈압처럼 심장 비대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일부 고양이는 심잡음 없이도 HCM이 진행될 수 있어, 청진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노령묘 정기검진에서 심장초음파를 권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치료와 관리
HCM 자체를 완치시키는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과 진행 단계에 맞춰 약물로 심장 부담을 줄이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폐수종이나 흉수가 있다면 이뇨제로 체액을 조절하고, 혈전 위험이 있는 고양이에게는 항혈전제를 처방합니다.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로 심박수를 조절해 심장이 이완할 시간을 확보해주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라면 당장 약을 쓰지 않고 정기적인 심장초음파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시기의 관리 목표는 무리한 운동과 스트레스를 줄여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것
HCM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진행을 늦추고 응급 상황을 예방할 여지가 커집니다. 평소 호흡수가 1분에 30회를 크게 넘거나 쉬는 동안에도 숨이 가빠 보인다면 바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품종 소인이 있는 고양이라면 젊은 나이부터 정기적인 심장 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미 HCM으로 관리 중이라면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스트레스가 될 만한 환경 변화(이사, 낯선 손님, 큰 소음)를 최소화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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