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09-15

고양이는 정말 자기 이름을 알아들을까?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고양이의 반응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름 인식을 다룬 행동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귀를 옆으로 젖힌 채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삼색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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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렀는데 고양이가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귀가 잠깐 까딱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 더 부르면 이번엔 그마저도 없습니다. 같은 집에 개가 있다면 비교가 더 선명해집니다. 개는 이름 한 번에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데, 고양이는 못 들은 척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보호자가 같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 아이는 자기 이름이 자기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알기는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실제로 행동학 연구의 주제가 됐고, 답도 어느 정도 나와 있습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구별은 한다. 다만 구별한다고 해서 반응하지는 않는다”입니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거리가 오늘 글의 내용입니다.

카펫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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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동물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

사람이라면 이름을 불러보고 “방금 그게 네 이름인 줄 알았니”라고 물으면 됩니다. 고양이에게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물 인지 연구는 ‘지루함’을 도구로 씁니다. 습관화-탈습관화(habituation-dishabituation)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같은 성격의 자극을 반복해서 들려주면 동물은 점점 시들해집니다. 처음엔 귀를 쫑긋 세우다가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면 반응이 줄어듭니다. 이 상태가 습관화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에 ‘다른 것’을 하나 끼워 넣습니다. 만약 동물이 그것을 앞의 것들과 다른 범주로 인식한다면 반응이 되살아납니다. 이게 탈습관화입니다. 반응이 되살아났다는 사실 자체가 “이건 앞의 것들과 다르다”는 대답이 되는 셈입니다.

고양이 이름 인식 실험은 이 구조를 그대로 씁니다. 자기 이름과 길이·억양이 비슷한 일반명사 네 개를 차례로 들려줘 고양이를 지루하게 만든 다음, 다섯 번째로 자기 이름을 들려줍니다. 여기서 반응이 다시 올라오면, 고양이는 자기 이름을 다른 단어들과 구별한 것입니다.

2019년, 반응이 되살아났다

이 실험을 정리해 발표한 논문이 2019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사이토 아쓰코(Saito), 시노즈카, 이토, 하세가와의 “Domestic cats (Felis catus) discriminate their names from other words”입니다. Nature 자매지에 실린 동료검토 논문이고, 고양이 이름 인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거의 언제나 근거로 인용되는 연구입니다.

첫 번째 실험의 대상은 일반 가정에서 사는 고양이 16마리였습니다. 이 중 앞선 일반명사에 제대로 습관화된 개체가 11마리였고, 이 11마리를 분석한 결과 네 번째 일반명사보다 자기 이름에 대한 반응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p=0.007). 개체별로 보면 11마리 중 9마리에서 반응이 증가했습니다. 뒤이은 실험들에서도 방향은 같았습니다. 29마리를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실험에서는 습관화 조건을 충족한 21마리를 분석했고, 여기서도 고양이들은 자기 이름을 다른 단어와 구별해냈습니다(p=0.023).

여기서 ‘반응’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달려오는지를 본 게 아닙니다. 귀의 움직임, 머리의 움직임, 울음소리, 꼬리 움직임, 자리 이동을 0~3점으로 점수화했고, 영상은 어떤 음성이 재생됐는지 모르는 평가자가 맹검으로 채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관찰된 것은 대부분 가장 낮은 단계, 즉 귀와 머리를 소리 쪽으로 돌리는 ‘지향 반응’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보호자의 체감과 연구 결과가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불렀더니 왔다”를 알아들은 증거로 삼지만, 실험이 포착한 신호는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귀가 1센티미터 돌아가는 정도의 움직임입니다. 그러니 소파에 누운 채 귀만 까딱한 고양이는 무시한 게 아니라, 연구가 측정한 바로 그 반응을 보인 것일 수 있습니다.

귀를 소리 나는 쪽으로 돌리고 있는 고양이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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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카페 고양이들은 왜 구별하지 못했을까

같은 논문의 두 번째 실험은 결과가 갈렸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습니다. 연구진은 자기 말고 다른 고양이 네 마리 이상과 함께 사는 환경을 두 종류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한쪽은 여러 마리가 함께 사는 일반 가정의 고양이 24마리, 다른 쪽은 캣카페의 고양이 10마리였습니다. 이번엔 일반명사가 아니라 같이 사는 다른 고양이들의 이름을 먼저 들려준 뒤, 마지막에 자기 이름을 들려줬습니다.

여기서 숫자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34마리 중 앞선 자극에 제대로 습관화돼 분석 대상이 된 것은 15마리뿐이었고, 그 내역이 갈렸습니다. 가정 고양이는 24마리 중 6마리, 캣카페 고양이는 10마리 중 9마리가 습관화 기준을 충족했습니다(χ²=9.60, df=1, P=0.002). 습관화 자체는 오히려 캣카페 쪽이 훨씬 잘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름 구별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가정에서 지내는 고양이 6마리는 동거묘 이름과 자기 이름을 분명하게 갈라냈습니다(p=0.005). 반면 습관화가 더 잘 됐던 캣카페 고양이 9마리에게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p=0.732). 통계적으로 구별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직관과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여러 마리가 모여 사는 곳일수록 이름을 더 잘 구별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설명은 이름이 불린 뒤에 따라오는 결과의 차이입니다. 가정에서는 특정 이름이 불린 다음에 그 고양이에게만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간식이 오거나, 안기거나, 이동장에 들어가거나. 이름과 결과가 반복해서 짝지어지니 이름이 자기를 가리키는 신호가 됩니다. 반면 카페처럼 고양이가 많고 사람도 계속 바뀌는 곳에서는 누구의 이름이 불리든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이 비슷합니다. 이름이 ‘나를 지목하는 소리’로 굳어질 기회가 적은 셈입니다.

다만 이 실험은 캣카페 한 곳에서만 진행됐고, 가정 쪽에서 실제로 분석된 개체가 6마리에 그쳐 표본이 매우 작습니다. 저자들 스스로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캣카페 고양이는 이름을 모른다”로 옮기기보다는, 이름 학습이 타고난 능력이라기보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학습의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낯선 사람이 불러도 알아들었다

또 하나 자주 오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고양이는 내가 부를 때만 반응하니까, 이름을 아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를 아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논문의 네 번째 실험이 이 질문을 다뤘습니다. 고양이와 안면이 없는 사람이 녹음한 음성으로 같은 절차를 진행한 것입니다.

대상 33마리 중 습관화 조건을 충족한 20마리를 분석한 결과, 낯선 사람의 목소리로 불러도 자기 이름에 대한 반응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p=0.049). 개체별로 보면 20마리 중 13마리에서 반응이 증가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목소리의 주인과 무관하게 단어 자체를 구별해낸 것입니다. 고양이가 기억하는 것이 ‘주인의 목소리로 발음된 특정 소리’에 한정되지 않고, 이름이라는 음향 패턴 자체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 전에 먼저 있었던 질문 — 목소리는 구별할까

사실 같은 연구 계열의 출발점은 2013년입니다. 사이토와 시노즈카가 Animal Cognition에 발표한 “Vocal recognition of owners by domestic cats”는 고양이의 집을 직접 방문해, 낯선 사람 세 명이 차례로 이름을 부른 뒤 네 번째로 주인이 부르고, 마지막에 다시 낯선 사람이 부르는 다섯 개의 자극 순서로 설계됐습니다. 마지막 낯선 사람 차례는 주인 목소리에 올라갔던 반응이 다시 떨어지는지 확인하는 통제 조건이었습니다.

결과는 고양이가 주인의 목소리와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나타난 반응은 고개와 귀를 돌리는 지향 행동이었습니다. 꼬리를 흔들거나 울음으로 답하는 것 같은, 상대를 향한 의사소통 행동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연구를 이끈 사이토는 이 결과를 두고 고양이의 도도한 이미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면서, 동시에 그 이면에 사람을 알아보는 사회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연구를 이어 붙이면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고양이는 누가 부르는지도 알고, 무엇을 부르는지도 압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알았다는 표시를 우리에게 보내주지는 않습니다.

소파에 누워 위쪽을 바라보는 크림색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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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과 반응은 왜 따로 노는가

여기서 개와의 차이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이 차이를 지능으로 설명하지만, 지능보다는 두 종이 사람 곁으로 오게 된 경로의 차이로 보는 쪽이 설득력 있습니다.

고양이의 조상인 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silvestris lybica)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영역을 지키며 사냥하는 동물이었습니다. 위계도, 무리 안에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조상종에서는 종내 사회적 행동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고, 고양이가 집단을 이루는 능력은 대략 1만~5천 년 전 가축화 과정과 함께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가축화도 개와 달랐습니다. 개는 무리 생활을 하던 조상에 더해 사람이 목적을 가지고 골라 번식시킨 역사가 길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정착지에 모여든 설치류를 사냥하면서 스스로 사람 곁에 적응해 들어온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 경로를 걸었습니다. 사람의 부름에 즉각 응답하는 개체가 특별히 유리했던 선택 압력이 개만큼 강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는 이름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는 선택지가 남아 있습니다.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고, 위험하지도 급하지도 않다고 판단하고,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정보 처리의 실패가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의 판단에 가깝습니다. 저희 집 브리티시숏헤어 딸기도 이름을 부르면 귀만 한 번 돌아가고 몸은 그대로인 날이 훨씬 많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이야기를 “고양이는 사회성이 없다”로 옮기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잇과 중에서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거의 유일한 종이고, 자유롭게 사는 상태에서도 같은 종끼리 집단을 이루는 드문 소형 고양잇과 동물입니다. 보호자와 떨어졌을 때 개와 비슷한 수준의 애착 관련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반응이 겉으로 덜 드러날 뿐입니다.

안 들려서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혹시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건 아닐까 싶다면, 그 가능성은 일단 뒤로 미뤄도 됩니다. 고양이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는 사람(대략 20~20,000Hz)은 물론이고 개보다도 넓어서, 사람이 전혀 듣지 못하는 초음파 영역까지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한값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 하나의 숫자로 못 박기는 어렵지만, 방향은 일관됩니다. 쥐가 내는 가느다란 초음파를 잡아내야 했던 사냥꾼의 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즉 옆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물리적으로 안 들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간식 봉지 뜯는 소리에는 자다가도 달려오면서 이름에는 꿈쩍 않는 고양이를 떠올려보면 더 분명합니다. 듣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소리 뒤에 무엇이 따라오는지를 학습한 결과의 차이입니다.

이름에 오게 만들고 싶다면 (근거의 무게는 앞과 다릅니다)

먼저 구분해둘 것이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동료검토를 거친 연구에 기반한 것이지만, 아래의 훈련 방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적 강화라는 행동학의 기본 원리는 확립돼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은 주로 수의사 감수를 거친 소비자 매체의 권고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며칠 만에 된다” 같은 기간을 약속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원리는 캣카페 실험이 보여준 것과 정확히 반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름 뒤에 그 고양이에게만 좋은 일이 따라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 이름을 부른 직후 쳐다보거나 한 발이라도 다가오면, 그 순간에 바로 보상합니다. 몇 초만 늦어도 고양이는 다른 행동에 보상이 붙었다고 학습합니다.
  • 보상은 평소 사료가 아니라 그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으로 씁니다. 간식일 수도, 쓰다듬기나 놀이일 수도 있습니다.
  • TV나 다른 고양이가 없는 조용한 곳에서, 고양이가 지루해하기 전에 짧게 끝냅니다. 길게 하면 오히려 이름에 대한 반응이 무뎌집니다.
  • 식사 직전처럼 동기가 높은 시간대를 고릅니다.
  • 이름은 한 가지로 통일합니다. 애칭을 여러 개 섞어 부르면 어떤 소리가 자기를 가리키는지 흐려집니다.
  • 반대로 이름 뒤에 싫은 일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고 이동장에 넣거나, 발톱을 깎거나, 혼을 내는 일이 반복되면 이름은 피해야 할 신호로 학습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이름을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실제로 가장 자주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평소엔 이름을 부를 일이 없다가 병원 갈 때만 이름을 부르는 집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이름을 정확히 구별하면서 동시에 숨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구별과 반응이 따로 논다는 말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잘 반응하던 아이가 갑자기 달라졌다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건강한 고양이의 정상적인 행동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구분해둘 경우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 이름이나 소리에 곧잘 반응하던 고양이가 어느 시점부터 소리 전반에 반응하지 않게 된 경우입니다. 이건 성격이나 기분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는 청력 저하, 나이 든 고양이의 인지기능 변화, 통증이나 다른 몸의 불편함 등 여러 가능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온라인 정보로 가려낼 수 없고, 정확한 확인은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함께 보인다면 관찰 기간을 길게 잡지 말고 병원에 문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간식 봉지 소리나 문 여는 소리처럼 늘 반응하던 자극에도 반응이 사라진 경우
  • 유난히 크고 길게 우는 일이 늘거나, 밤중에 울며 돌아다니는 경우
  • 방향을 잃은 듯 서성이거나 익숙한 장소를 못 찾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
  • 만지려 하면 피하거나, 안던 자세를 갑자기 싫어하는 경우

병원에 갈 때는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어떤 소리에는 반응하고 어떤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지를 메모해 가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 한 번 확인해볼 수 있는 것

연구가 측정한 반응은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귀의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일도 그 눈높이에 맞추면 됩니다. 고양이가 편히 누워 있을 때, 시야 밖에서 평소 말투 그대로 이름을 한 번 부르고 귀만 보는 것입니다. 소리 쪽으로 귀가 돌아갔다면 그것으로 답은 나온 셈입니다.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서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닙니다. 알아듣고, 지금은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청력이나 행동 변화가 걱정된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