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 2026-10-10
강아지는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까?
2009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연구들을 통해 개가 사람의 표정을 구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구별'이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짚어봅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이면 개가 슬그머니 옆에 와서 앉고,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면 귀를 뒤로 젖힌 채 눈치를 봅니다. 많은 보호자가 이런 순간에 “우리 개는 내 기분을 다 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개가 정말로 사람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개의 행동에 의미를 덧붙이고 있는 걸까요?
이 글은 개가 사람을 ‘읽는’ 방향의 이야기입니다. 동물이 꼬리나 자세로 신호를 ‘보내는’ 방법은 레이지펫의 고양이 꼬리 언어 글에서, 눈맞춤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 이야기는 반려동물 유대감의 과학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개의 시각 인지에 초점을 맞춰, 2009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연구를 흐름에 따라 짚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가 사람의 표정을 ‘구별’할 수 있다는 증거는 꽤 탄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감정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5년, 반쪽짜리 얼굴 사진으로 시험한 개들
개가 사람의 표정을 구별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 연구로 자주 꼽히는 것은 Müller, Schmitt, Barber, Huber가 2015년 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실험입니다. 연구진은 개들에게 같은 사람의 행복한 얼굴과 화난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둘 중 한쪽을 고르도록 훈련했습니다.
이 실험이 영리했던 점은 개가 정말 ‘표정’을 보고 고르는지, 아니면 사진의 사소한 특징을 외운 것인지를 가려내도록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얼굴을 반으로 잘라 눈 부위만, 또는 입 부위만 보여줬습니다. 그래도 개들은 행복한 얼굴과 화난 얼굴을 구별했습니다. 더 나아가 훈련에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새로운 사람의 사진, 그리고 훈련 때와 다른 쪽 반쪽 이미지를 보여줘도 학습한 것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특정 사진 한 장을 외운 것이 아니라, 여러 얼굴에 공통된 ‘표정의 차이’를 잡아냈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화난 얼굴을 고르면 보상을 받도록 훈련한 개들은, 행복한 얼굴을 고르도록 훈련한 개들보다 학습이 느렸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개들이 일상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해석했습니다. 사람이 화가 나 있을 때는 다가가기보다 피하는 편이 이로웠던 경험 때문에, 화난 얼굴 쪽으로 다가가는 것 자체가 개에게 어색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의 해석대로라면, 개가 화난 얼굴에 보인 반응에는 사람과 함께 살며 쌓인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실험만으로는 타고난 부분과 경험으로 배운 부분을 가를 수 없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경험의 영향이 있다고 해석된다’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얼굴과 목소리를 맞춰 보고, 시선은 왼쪽으로 기운다
사진으로 고르기 훈련을 시키는 대신, 개가 자연스럽게 어디를 오래 바라보는지를 살핀 연구도 있습니다. Albuquerque, Guo, Wilkinson 등이 2016년 Biology Letter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개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두 장의 얼굴 사진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개들은 목소리의 감정과 표정의 감정이 일치하는 쪽 얼굴을 더 오래 바라봤습니다. 귀로 들은 정보와 눈으로 본 정보를 하나로 묶어 처리한다는 뜻으로, 이를 교차양상(cross-modal) 감정 통합이라고 부릅니다. 이 반응은 사람 얼굴뿐 아니라 다른 개의 얼굴에서도 나타났고, 같은 연구를 다룬 보도에서는 개가 사람보다 같은 종인 개의 감정 신호를 더 잘 알아채는 경향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시선의 방향에 관한 연구는 그보다 앞섭니다. Guo, Meints, Hall 등은 2009년 Animal Cognition에 개가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을 볼 때 시선이 왼쪽으로 치우치는 현상, 이른바 왼쪽 시선 편향(left gaze bias)을 보고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편향이 사람 얼굴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원숭이 얼굴, 다른 개의 얼굴, 무생물 사진을 볼 때는 이런 쏠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가 사람 얼굴을 다른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훑어본다는 단서입니다.
두 연구에 모두 저자로 참여한 Kun Guo를 비롯한 2016년 연구진은 이 교차양상 결과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Guo는 이전 연구들이 개가 표정 같은 단서로 사람의 감정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감정 ‘인식’과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소리와 얼굴을 짝지을 수 있다는 이번 결과가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증거라는 주장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짝짓기가 가능하려면 개가 긍정과 부정 감정을 내적으로 범주화하고 있어야 한다고 봤고, 공동저자 Daniel Mills는 이를 개가 사람과 다른 개의 감정을 실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연구라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긍정과 부정을 맞춰보는 수준의 ‘인식’도,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짐작하거나 그 감정에 공감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개는 17마리로 표본도 크지 않았습니다. 구별, 인식, 이해로 이어지는 단계 가운데 어디까지가 확인됐는지는 뒤에서 다시 정리합니다.

MRI 안에서 깨어 있는 개 — 측두엽은 얼굴에만 반응했다
행동 실험은 개가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지만, 그 순간 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뇌영상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MRI 촬영 중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마취를 하면 사진을 보는 실험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Cuaya, Hernández-Pérez, Concha는 깨어 있는 개를 MRI 장비에 적응시키는 방식을 택했고, 그 결과를 2016년 PLOS ONE에 발표했습니다. 개들에게 사람 얼굴 사진과 사물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자, 얼굴을 볼 때만 양쪽 측두엽의 활동이 뚜렷하게 달라졌습니다. 이는 영장류와 양에서도 보고된 ‘얼굴 처리 경로’와 맞아떨어지는 결과입니다. 개의 뇌에도 사람 얼굴을 다른 사물과 구분해서 처리하는 영역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다만 이 실험에 참여한 개는 7마리였습니다. 깨어 있는 상태로 MRI에 적응시키는 훈련이 까다로워, 이 분야 연구는 대부분 이렇게 소수의 개로 진행됩니다.
2026년의 후속 연구 — ‘행복한 얼굴’만 보상 회로까지 닿았다
같은 연구진을 포함한 빈대학과 헝가리, 멕시코의 공동 연구팀은 2026년 8월 iScience(Cell Press)에 한 걸음 더 나아간 fMRI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얼굴이냐 사물이냐가 아니라, 표정에 따라 뇌 반응이 달라지는지를 물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낯선 사람의 행복한 얼굴과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자 측두엽의 활동이 꼬리핵(caudate nucleus)까지 이어졌습니다. 꼬리핵은 보상 처리와 관련된 영역입니다. 이어서 행복, 분노, 두려움, 슬픔 네 가지 표정을 보여줬을 때, 측두엽과 꼬리핵을 잇는 이 네트워크는 ‘행복’에만 특이하게 반응했습니다. 한편 뇌 전체의 활동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자 두려움을 분노나 슬픔과 구별할 수 있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이 실험에서 행복한 얼굴은 개의 뇌에서 뚜렷하게 다르게 처리됐고, 부정적인 표정들 사이의 차이는 그보다 미묘한 수준에서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를 읽을 때 염두에 둘 점은 규모입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개는 8마리, 12마리로, 모두 10마리 안팎의 훈련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흥미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결과이지만, 모든 개에게 그대로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논문의 세부 수치도 보도자료 수준에서만 확인되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결과를 소개하면서 스스로 몇 가지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첫째, 이 결과가 개가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둘째, 실험에 참여한 개들은 모두 사랑받는 가정의 반려견이었고, 길거리 개는 다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실제 생활에서 개는 표정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몸짓, 목소리, 냄새를 함께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구별한다’와 ‘이해한다’ 사이의 거리
여기까지의 연구를 한 줄로 줄이면 “개는 사람의 표정을 구별할 수 있다”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쉽게 “개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로 부풀려집니다. 둘 사이에는 꽤 큰 거리가 있고, 그 거리는 몇 단계로 나눠 보면 선명해집니다.
첫 단계는 구별(discrimination)입니다. 두 자극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으로, 웃는 얼굴과 찡그린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찡그린 얼굴 앞에서 조심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015년 실험이 보여준 것이 이 단계이고, 증거가 가장 탄탄합니다. 다음 단계는 2016년 연구진이 주장한 인식입니다. 목소리와 얼굴처럼 서로 다른 감각의 정보를 긍정과 부정이라는 같은 범주로 묶어낸다는 것인데, 17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주장인 만큼 반복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이해나 공감은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왜 그런지를 짐작하고 그 감정에 함께 반응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데, 이 단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개가 화난 얼굴을 피하는 것은 ‘저 사람이 속상하구나’를 알아서일 수도 있지만, ‘저 얼굴 다음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경험의 결과일 수도 있고, 실험만으로는 둘을 가를 수 없습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실험 조건입니다. 위의 연구들은 대부분 정지된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이뤄졌습니다. 실제 집에서는 표정, 목소리, 몸짓, 냄새가 한꺼번에 섞여 있습니다. fMRI 결과에서도 행복은 뚜렷하게 구분됐지만 분노, 슬픔, 두려움끼리는 더 미묘하게 갈렸습니다. “우리 개는 내가 슬픈지 화났는지까지 다 안다”는 생각은 현재의 연구가 보여준 것보다 한참 앞서 나간 해석입니다. 저희 집 신디도 보호자의 표정보다는 목소리 톤이 바뀌는 순간에 먼저 귀를 젖히는 편인데, 실생활의 개는 이렇게 여러 신호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개 숙인 그 표정은 죄책감이 아니었다
개가 표정을 ‘읽는’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짝을 이루는 오해가, 개의 표정을 사람이 과하게 읽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죄책감 있는 표정”입니다. 휴지통이 엎어진 집에 돌아왔더니 개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켜뜨며 슬금슬금 피한다면, 많은 보호자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아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Horowitz는 2009년 Behavioural Processes에 이 믿음을 직접 시험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개가 실제로 간식을 먹었는지와 보호자가 개를 혼내는지를 서로 다른 조건으로 나눠, 표정이 어느 쪽을 따라가는지 비교한 것입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이른바 죄책감 표정은 개가 실제로 간식을 먹었는지와 상관없이, 보호자가 혼낼 때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간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혼난 개들이 가장 과장된 표정을 보였습니다.
즉 그 표정은 ‘내가 잘못했다’는 자각이라기보다, 눈앞의 보호자가 보이는 태도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편이 실험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앞의 연구들과 연결해 보면 오히려 개가 사람의 표정과 태도에 민감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개는 보호자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신호는 읽지만, 그 이유가 몇 시간 전 자기 행동 때문이라는 것까지 연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거꾸로 보면 — 사람도 개의 감정을 생각만큼 잘 읽지 못한다
균형을 위해 짧게 덧붙일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Molinaro와 Wynne은 2025년 Anthrozoös에 발표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같은 개가 같은 몸짓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되 배경 맥락만 바꿨습니다. 진공청소기가 등장하는 장면이냐, 간식이 등장하는 장면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감정 판단이 뒤바뀌었습니다. Wynne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개를 보고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가 사람을 읽는 능력에 한계가 있듯, 사람이 개를 읽는 능력도 생각보다 상황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들을 우리 집 개에게 옮겨 올 때
연구가 보여준 것을 일상에 적용한다면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개는 사람의 표정 차이를 알아챌 수 있고, 소규모 fMRI 연구에서는 웃는 얼굴이 개의 뇌에서 다르게 처리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한 표정과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은 개에게 읽기 쉬운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 개가 눈치를 본다고 해서 보호자의 속마음까지 알고 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개는 표정 하나보다 목소리, 몸짓, 분위기를 함께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귀가 후 “죄책감 표정”을 근거로 혼내는 것은 피합니다. 그 표정은 지금 보호자의 태도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높고, 몇 시간 전의 행동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 개의 기분을 판단할 때도 배경 상황에 끌려가지 않도록, 꼬리, 귀, 자세처럼 개 자체가 보내는 신호를 먼저 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개가 보호자의 표정이나 외출 준비에 유난히 불안해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혼자 남았을 때 짖음이나 파괴행동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눈치가 아니라 분리불안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레이지펫의 강아지 분리불안 글에서 신호와 완화 방법을 자세히 다뤘습니다. 불안한 모습과 함께 식욕 저하, 구토, 무기력 같은 몸의 변화가 보인다면 행동 문제로만 보지 말고 동물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행동이나 건강에 관한 정확한 판단은 수의사 또는 행동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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