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 2026-10-21

강아지는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볼까? '냄새 거울 테스트'가 보여준 자기인식

전통적인 시각 거울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하는 개가, 2017년 Horowitz의 후각 거울 실험에서는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기인식 연구가 실제로 보여준 것과 보여주지 못한 것을 정리합니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얀 털의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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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거울 앞을 지나가던 강아지가 갑자기 멈춰 서서 짖거나, 낮게 으르렁거리며 거울 뒤를 확인하러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개가 몇 주 지나면 거울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칩니다. 처음엔 다른 개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엔 자기라는 걸 알게 된 걸까요, 아니면 그냥 관심을 잃은 걸까요? 이 질문은 동물 인지 연구에서 50년 넘게 이어져 온 ‘자기인식’ 논쟁과 바로 맞닿아 있고, 개의 경우에는 거울이 아니라 냄새로 답을 찾으려 한 흥미로운 실험까지 나와 있습니다.

집 안 유리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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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침팬지 눈썹 위의 빨간 표시

동물이 거울 속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알아보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처음 체계화한 사람은 Gordon Gallup Jr.입니다. 그는 1970년 학술지 Science에 침팬지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거울 자기인식 테스트(MSR, Mirror Self-Recognition)’ 또는 ‘마크 테스트’로 불리는 방법의 출발점입니다.

실험 방식은 단순합니다. 침팬지들을 먼저 거울에 오랫동안 노출시킵니다. 처음에 침팬지들은 거울 속 모습을 낯선 상대로 여기고 위협하거나 과시하는 사회적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노출이 길어지자 행동이 바뀌었습니다. 거울을 이용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자기 몸 부위를 살피고 손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다음 침팬지를 마취한 상태에서 눈썹 위와 반대쪽 귀 위쪽에 냄새 없는 빨간 염료로 표시를 했습니다. 마취에서 깬 침팬지는 표시를 느낄 수도, 냄새로 알아챌 수도 없습니다. 오직 거울을 봐야만 알 수 있는 표시입니다. 다시 거울을 보여주자 침팬지들은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의 표시 부위를 짚었습니다. 거울 속 대상이 아니라 자기 몸을 만졌다는 점에서, 거울 속 모습과 자기 자신을 연결했다는 근거로 해석됐습니다.

통과한 동물과 못 한 동물 — 지능 성적표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이후 수십 년 동안 많은 동물이 같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보노보, 오랑우탄, 큰돌고래는 통과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종은 된다, 저 종은 안 된다”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 아시아코끼리: 2006년 PNAS에 실린 Plotnik 등의 연구에서 3마리 중 ‘해피(Happy)’라는 1마리만 통과했습니다.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마다 결과가 달랐던 셈입니다.
  • 유라시아 까치: 2008년 Prior 등이 통과를 보고했지만, 2020년 Soler 등의 재현 실험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 인도 집까마귀: 2019년 통과가 보고됐지만, 2021년 다른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표시에 반응한 개체가 없었습니다.
  • 고릴라: 다수가 실패했지만, 거울에 오래 노출된 뒤 통과한 사례도 보고됐습니다(Posada & Colell, 2007).
  • 거대판다: 2015년 Ma 등의 연구에서 34마리 중 표시에 반응한 개체가 없었습니다.

이 목록에서 읽어야 할 것은 순위가 아니라 테스트의 성격입니다. 같은 종에서도 개체에 따라, 연구팀에 따라, 거울 노출 기간에 따라 결과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이 테스트는 ‘눈으로 보고, 자기 몸의 이상한 점을 신경 쓰고, 손이나 몸으로 그 부위를 만질 수 있는’ 동물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습니다.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과는 능력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테스트 방식이 그 동물과 맞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만 봐서는 둘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 이 분야의 오래된 숙제입니다.

바닥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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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시각 거울 테스트가 불리한 두 가지 이유

개는 전통적인 시각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동물로 분류됩니다. 거울 속 모습을 다른 개처럼 대하며 경계하거나 짖고, 그게 아니면 금세 흥미를 잃고 무시하는 반응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그대로 “개는 자기인식이 없다”로 읽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개는 몸단장으로 외모를 관리하는 행동이 거의 없습니다. 침팬지는 얼굴에 묻은 이물질을 떼어내려 하지만, 개는 얼굴에 빨간 점이 생겼다고 해서 그걸 지워야 할 이유를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표시를 알아봤더라도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실험에서는 ‘실패’로 기록됩니다.

둘째, 개가 세상을 파악하는 1차 감각은 시각이 아니라 후각입니다. 거울 속 개는 움직이고 생김새도 개처럼 보이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는 이미지를 중심에 둔 시험이 개의 인지 능력을 공정하게 재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이것이 뒤에 나올 ‘냄새 거울’ 실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이 방향의 초기 시도로 Marc Bekoff의 관찰이 자주 언급됩니다. 그는 개 한 마리를 대상으로 눈 위에 남은 소변 흔적의 위치를 옮겨가며 5년 동안 반응을 기록했고, 2001년 Behavioural Processes에 결과를 실었습니다. 개는 다른 개의 소변보다 자기 소변을 짧게 맡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소변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다른 개의 소변에 대한 관심은 유지됐습니다. 흥미로운 결과지만 관찰 대상이 한 마리뿐이라, 그 자체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거울 대신 소변 통 — Horowitz의 ‘냄새 거울’ 실험

냄새로 자기인식을 확인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험 형태로 먼저 제안한 사람은 Gabriele Cazzolla Gatti로, 2016년 떠돌이 개 4마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였습니다. 그는 이 방법을 STSR(Sniff Test of Self-Recogni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반려견 규모로 확장해 정식 논문으로 내놓은 사람이 Barnard College의 Alexandra Horowitz입니다. 2017년 Behavioural Processes에 실린 이 논문의 제목은 우리말로 옮기면 “자기 냄새를 맡다: 개는 ‘후각 거울’ 테스트에서 변형된 자기 냄새를 더 오래 조사한다” 정도입니다.

설계의 핵심은 시각 마크 테스트를 냄새 버전으로 옮긴 것입니다. 침팬지 실험에서 거울 속 ‘자기 모습’에 표시를 했다면, 이 실험에서는 개의 ‘자기 냄새’에 다른 냄새를 섞어 변형시킵니다. 그리고 개가 그 변화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봅니다. 주의의 척도는 개의 코가 냄새 통에서 10cm 이내에 머문 시간, 즉 탐색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는 보호자와 함께 온 반려견 36마리가 참여했습니다. 개들 앞에는 자기 소변이 든 통, 자기 소변에 다른 자극물(암 조직 샘플)을 더해 ‘표시’한 통, 디코이 통, 다른 개의 소변이 든 통이 제시됐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개들은 아무것도 섞지 않은 자기 소변보다 표시된 자기 소변을 더 오래 탐색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비교였습니다. 표시된 자기 소변과 표시 물질 단독을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개가 오래 맡은 이유가 ‘내 냄새가 바뀌어서’인지, 그저 섞인 물질의 냄새가 낯설고 흥미로워서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연구 용어로는 혼입(confound) 문제이고, Horowitz도 이 점을 논문에서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바닥에 놓인 작은 그릇에 코를 가까이 대고 있는 강아지의 근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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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실험: 암 조직을 아니스 오일로 바꾼 이유

이 허점을 메우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참가견은 12마리로 줄었고, 표시 물질을 암 조직 대신 비교적 중립적인 냄새인 아니스 에센셜 오일로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결과가 더 분명했습니다. 개들은 표시된 자기 소변을 표시 없는 자기 소변보다도, 그리고 아니스 오일 단독보다도 더 오래 탐색했습니다.

두 번째 비교가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냄새라서 오래 맡았을 뿐”이라는 대안 설명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냄새 자체가 관심의 원인이었다면 아니스 오일 단독 통도 비슷하게 오래 맡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들은 그 냄새가 ‘자기 냄새’와 섞여 있을 때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Horowitz는 이를 근거로, 개가 단순히 새로운 냄새에 끌린 것이 아니라 자기 냄새가 변형됐다는 것을 감지하고 주의를 기울였다는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실험 1에서 한계가 드러났고, 표본은 작아졌지만 설계를 고친 실험 2로 그 한계를 보완하려 했다는 과정 자체가 이 연구를 읽을 때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실험 1의 결과만 떼어서 “개가 자기 냄새를 알아본다는 증거”라고 소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개의 자기인식이 증명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이 연구는 종종 “개도 자기 자신을 안다”는 식으로 소개되지만, 저자 본인의 결론은 그보다 조심스럽습니다. Horowitz는 실험 1의 표시 물질이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고, 이 결과를 시각 거울 테스트 통과와 같은 수준으로 놓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냄새가 바뀐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과 ‘거울 속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같은 수준의 주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거울 테스트를 만든 Gallup도 이 결과가 개의 자기인식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반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저자의 신중한 결론과 창시자의 반론을 함께 놓고 보면, 자기 냄새의 변화를 알아채는 능력이 곧 ‘나’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는 뜻인지는 아직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한편 거울 테스트 자체를 둘러싼 논쟁도 있습니다. de Waal은 자기인식을 ‘있다/없다’의 이분법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로 봐야 하며, 거울 테스트는 유용하지만 유일한 판단 기준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Povinelli는 반대 방향에서,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조차 거울 속 모습을 ‘나’로 이해했다기보다 자기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이상한 대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안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통과도, 실패도 생각보다 해석의 폭이 넓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Cazzolla Gatti 연구팀이 같은 냄새 테스트 방법을 회색늑대에게 적용한 후속 연구도 발표했습니다. 개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각 중심 동물 전반의 자기 인지를 어떻게 잴 것인가로 질문이 넓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개는 자기 냄새의 변화를 구별하고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다만 그것이 사람이나 침팬지가 거울에서 보여주는 수준의 자기인식과 같은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도가 정확한 정리입니다.

그래서 우리 개는 왜 거울을 보고 짖다가 결국 무시할까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거울을 보고 짖는 개를 두고 “멍청해서” 혹은 “겁이 많아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의 내용을 보면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개 입장에서 거울 속 대상은 개처럼 생겼고 움직이기까지 하는데, 다가가도 냄새가 없고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코·귀로 기대하는 신호가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고, 이런 감각의 불일치가 혼란이나 경계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앞을 여러 번 지나다 보면, 냄새도 없고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대상에 대한 반응이 점점 줄어드는 습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주 뒤 거울을 본척만척하게 되는 모습은 ‘저게 나라는 걸 깨달았다’는 증거라기보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쪽에 더 가깝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감각 불일치와 습관화 과정을 직접 측정한 1차 실험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근거 있는 설명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참고로 고양이가 거울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자기인식 여부를 판단할 만큼 명확히 보고된 1차 연구 사례는 없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나란히 놓고 “누가 더 자기를 잘 안다”고 비교할 근거는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거울 앞 행동, 이럴 때는 한 번 더 살펴보세요

거울을 보고 잠깐 짖거나 경계하다가 관심을 잃는 것은 많은 개에게서 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 자체로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거울 문제라기보다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거울이나 유리에 반복적으로 공격적으로 돌진해 다칠 위험이 있을 때
  • 거울 앞에서 짖기·맴돌기 같은 행동을 오랫동안 멈추지 못하고 되풀이할 때
  • 거울 때문에 특정 공간을 피하거나, 밥·잠 같은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불안해 보일 때

이런 경우에는 원인이 여러 가지일 수 있으므로,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기보다 행동 전문가나 수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합니다. 반응이 심하다면 거울의 위치를 잠시 바꾸거나 가려서 노출을 줄이고, 거울 앞에서 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록해 두면 상담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수의학적 진단이나 행동 교정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행동이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수의사 또는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