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일반 · 2026-09-06

반려동물과 눈을 맞추면 정말 옥시토신이 나올까?

강아지·고양이와 교감할 때 느끼는 편안함이 정말 호르몬 작용인지, 2015년 Science 연구와 그에 대한 학계 반론, 고양이 관련 연구까지 살펴봅니다.

강아지를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려 바라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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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눈을 맞추면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이 나온다.” 이 문장은 이제 반려동물 기사, 사료 광고, 훈련 영상 자막에까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강아지 얼굴을 붙잡고 눈을 들여다보거나, 고양이를 안아 올려 시선을 맞추려는 보호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아지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 고양이는 팔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이 문장은 사실 2015년에 발표된 한 편의 논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논문이 실제로 측정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발표 직후 같은 학계 안에서 어떤 반론이 나왔는지,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서는 무엇이 알려져 있는지를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확립된 사실”보다는 “흥미롭지만 아직 검증 중인 가설”에 가깝습니다.

소파에 얼굴을 기대고 옆을 바라보는 강아지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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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cience 논문이 실제로 측정한 것 — 소변과 응시 시간

출발점은 아자부대학 나가사와 미호 연구팀이 2015년 학술지 Science에 발표한 논문입니다(Nagasawa et al., “Oxytocin-gaze positive loop and the coevolution of human-dog bonds”, Science 348권 6232호). 제목에 이미 이 연구의 주장이 압축돼 있습니다. 응시를 매개로 한 옥시토신의 양성 피드백 루프, 그리고 사람과 개의 유대가 함께 진화했을 가능성입니다.

실험 방법은 생각보다 소박합니다. 개와 보호자 30쌍 안팎을 한 방에 두고 30분 동안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게 했습니다. “눈을 맞추세요”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평소처럼 놀고 쓰다듬게 두고 그 장면을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상호작용 전후로 개와 사람 양쪽의 소변을 받아 옥시토신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혈액이 아니라 소변인 이유는, 채혈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측정하려는 호르몬을 흔들어놓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그다음입니다. 연구진은 녹화 영상에서 개가 보호자를 바라본 시간을 세어, 오래 바라본 쌍과 그렇지 않은 쌍으로 나눴습니다. 실험 전에 정해둔 그룹이 아니라 결과를 보고 사후에 나눈 구분입니다. 그랬더니 개가 오래 바라본 쌍에서만 개와 보호자 양쪽의 옥시토신이 의미 있게 올라갔고, 짧게 바라본 쌍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보호자의 상승폭은 개가 자신을 바라본 시간과, 개의 상승폭은 보호자의 상승폭과 각각 연관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이미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눈을 맞추면 옥시토신이 나온다”가 아니라, “개가 스스로 오래 바라본 관계에서 양쪽의 옥시토신이 함께 움직였다”입니다.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는 행동은 이 실험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왜 같은 방에 들어갔나

연구진은 사람 손에 길러진 늑대와 그 보호자 쌍을 비교 대상으로 함께 관찰했습니다. 늑대는 보호자를 거의 응시하지 않았고, 옥시토신 상승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 대비가 논문의 두 번째 축이자, 이후 언론 보도에서 가장 크게 다뤄진 부분입니다.

두 번째 실험은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개에게 옥시토신을 코로 투여한 뒤 행동을 관찰했더니 보호자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고(암컷에서 뚜렷했습니다), 그 개와 함께 있던 보호자의 소변 옥시토신도 따라 올라갔습니다. 응시가 옥시토신을 올리고, 올라간 옥시토신이 다시 응시를 늘리는 순환 고리라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경로가 사람의 부모와 아기 사이에서 작동하는 애착 회로와 닮았다는 점, 그리고 개의 가축화 과정에서 이런 메커니즘이 함께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제안했다’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논문 자체도 이 부분을 입증이 아니라 가설로 내놓았습니다.

숲에서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서 있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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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1년 안에 같은 학계에서 나온 반론들

Science에 실린 논문이라고 해서 논쟁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목도가 높을수록 검증이 빨리 들어옵니다. 이 논문에 대해서도 발표 직후부터 공식 커멘터리 형태의 반론이 나왔습니다.

2015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Fiset와 Plourde의 지적은 해석 범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첫째, 개 어미와 새끼 사이의 옥시토신 변화와 비교한 자료가 없어서, 관찰된 현상이 종 특이적인 진화의 산물인지 아니면 함께 살면서 학습된 애착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 둘째, 성견만 대상으로 해서 개체가 살아온 경험의 효과와 가축화의 효과를 떼어놓지 못했다는 점. 셋째, 개들이 왜 오래 바라본 그룹과 짧게 바라본 그룹으로 갈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논문에 없다는 점. 넷째, 실험자가 자신의 개와 함께 참여했을 가능성 등 관찰자 편향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2016년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실린 Kekecs 연구팀의 지적은 통계에 관한 것이라 더 날카롭습니다. 우선 표본이 매우 작습니다. 비교 대상이었던 늑대는 11마리였습니다. 연구진은 개 집단과 늑대 집단을 각각 따로 분석했지만, Kekecs 팀은 “집단에 따라 응시의 효과가 다른가”를 직접 검정했어야 했고 그 방식으로는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부트스트랩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늑대가 개와 똑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이 정도 표본으로는 71% 확률로 그 관계를 놓칠 만큼 검정력이 낮았습니다. 즉 “늑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가 “늑대에는 없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마지막입니다. 개 보호자 중 82%가 여성이었던 반면 늑대 보호자는 55%만 여성이었습니다. 옥시토신 반응은 성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개와 늑대의 차이처럼 보인 것이 실은 사람 쪽 구성의 차이였을 가능성이 남습니다. 이런 지적들이 논문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개는 되고 늑대는 안 된다”를 확정된 사실로 옮기기에는 근거가 얇다는 뜻입니다.

‘가축화 덕분’이라는 서사가 흔들린 2021년

대중 보도에서 가장 널리 퍼진 문장은 “개는 가축화되면서 사람과 눈을 맞추는 능력을 얻었다”였습니다. 이 서사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가 2021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렸습니다. Wirobski 연구팀은 사람 손에 길러진 늑대와 개를 비교하면서, 상대가 친밀한 사람인지 낯선 사람인지 같은 ‘살아온 경험’의 조건을 맞췄습니다. 그러자 늑대와 개의 옥시토신 반응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반려견에서는 신체 접촉의 양과 옥시토신 사이에 연관이 있었지만,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개에게서 관찰되는 옥시토신 반응은 종으로서 가축화된 결과라기보다,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쌓은 삶의 경험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뒤집기입니다. 우리 집 강아지가 나를 바라볼 때 무언가 일어난다면, 그건 수만 년 전 조상의 유산이라서가 아니라 이 관계를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관련 연구 쪽 사정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애리조나대의 Gnanadesikan, King, MacLean 등이 2024년 Psychoneuroendocri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아이와 개의 상호작용에서 아이 쪽 옥시토신이 오르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아이와 개 양쪽 모두에서 내려가는 등 부분적인 상호 조절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2015년 논문의 응시-옥시토신 루프를 그대로 다시 확인하려 한 여러 재현 시도들은 결과가 엇갈렸습니다.

분야 전체의 체력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Rault 연구팀이 2017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한 검토에 따르면, 가축 동물의 옥시토신을 다룬 연구 32편 중 대조군을 둔 연구는 22%뿐이었고 다른 연구팀이 재현한 사례는 단 1편이었습니다. 전체의 78%가 최근 5년 사이에 나온 논문이었습니다. 오래 다져진 분야가 아니라 이제 막 쌓이기 시작한 분야라는 뜻입니다.

두 사람의 손이 뺨을 쓰다듬는 동안 눈을 감고 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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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연구는 전체 문헌의 3%뿐입니다

고양이 보호자 입장에서는 여기서부터가 궁금할 텐데, 안타깝게도 자료가 훨씬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Rault 연구팀의 검토에서 고양이를 다룬 연구는 전체의 3% 정도였습니다. 개 연구와 같은 무게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초기의 소규모 연구는 오히려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를 냈습니다. 고양이 4마리를 대상으로 사람과의 사회적 접촉 조건을 살펴본 연구에서, 코르티솔과 옥시토신 대사물이 오히려 낮게 나타났습니다. 표본이 4마리이므로 이 결과 하나로 무언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고양이도 사람과 붙어 있으면 옥시토신이 오른다”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정교한 그림은 2025년 Chang, Zhang, Huang 등의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고양이를 애착 유형별로 나눠 반응을 비교했는데, 결과가 유형마다 달랐습니다.

  • 안정 애착으로 분류된 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와 무릎에 앉거나 몸을 비빌 때 옥시토신이 올라갔고, 가까이 머문 시간이 길수록 상승폭이 컸습니다.
  • 불안 애착으로 분류된 고양이는 평소 기저 수치가 높은 편이었지만, 억지로 안았을 때는 옥시토신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 회피 애착으로 분류된 고양이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갈린 기준은 접촉의 양이 아니라 접촉의 주도권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스스로 다가와서 이뤄진 접촉인지, 사람이 붙잡아서 이뤄진 접촉인지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고양이 30마리(수컷·암컷 절반씩)에게 옥시토신을 코로 투여했더니, 사람을 바라보는 행동이 늘어난 것은 사후 분석에서 수컷에서만 유의했습니다. 개의 실험에서는 암컷 쪽이 뚜렷했던 것과 반대 방향입니다. 같은 호르몬이라도 종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표본이 4마리, 30마리 수준이라는 점은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고양이도 나온다”가 아니라 “제한적인 근거가 있다”가 지금 시점의 정확한 표현입니다.

오래 안고 있을수록 좋다는 오해

“많이 쓰다듬고 오래 안아줄수록 옥시토신이 더 나온다”는 말은 직관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자료는 그 반대쪽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금 본 고양이 연구에서 억지로 안는 행동은 불안 애착 고양이의 옥시토신을 오히려 낮췄습니다.

개 쪽에서도 비슷한 결이 관찰됐습니다.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일본 견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는, 옥시토신을 코로 투여했을 때 응시 행동은 늘었지만 신체 접촉 시간이 길수록 보호자 쪽 옥시토신 상승폭은 오히려 작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일본 견종이 유럽 견종에 비해 원래 보호자와의 신체 접촉 시간이 훨씬 짧다는 점을 들어, 이 견종들이 응시나 밀착 외의 다른 신호로 유대를 맺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렇다고 접촉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2003년 Odendaal과 Meintjes의 연구에서는 사람과 개가 우호적으로 상호작용한 뒤 양쪽 모두에서 베타-엔도르핀, 옥시토신, 프로락틴, 도파민이 올라가고 사람의 코르티솔이 내려가는 변화가 보고됐습니다. 2014년 PNAS에 실린 Romero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개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했을 때 사람에 대한 친화적 접근 행동이 늘었고, 개들끼리 우호적으로 어울린 뒤 체내 옥시토신이 오르는 것도 관찰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결과들이 모두 ‘우호적인’, 즉 동물이 원해서 이뤄진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저희 집 브리티시숏헤어 딸기도 자기가 무릎에 올라올 때와 사람이 안아 올릴 때의 반응이 완전히 다른데, 연구들이 가리키는 지점도 여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위 연구들에서 말하는 옥시토신 투여는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이뤄진 연구용 처치입니다. 시중에서 ‘유대감’이나 ‘안정’을 내세워 판매되는 제품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무언가를 먹이거나 뿌리는 방향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옥시토신 자체는 상상 속의 물질이 아닙니다.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는 신경펩타이드이고, 스트레스 축을 억제해 코르티솔을 낮추는 완충 작용과 사회적 접근 행동, 신뢰, 유대 형성에 관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Neumann과 Landgraf, 2013, Trends in Neurosciences). 사람과 반려동물의 상호작용 연구 69편을 검토한 Beetz 연구팀의 2012년 리뷰도, 이런 상호작용이 사회적 주의와 기분, 코르티솔과 심박수 및 혈압 같은 스트레스 지표, 불안감,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쌓여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그 리뷰의 제목이 “옥시토신의 가능한 역할(The Possible Role of Oxytocin)”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이 사람에게 여러모로 좋다는 근거는 상당히 쌓여 있지만, 그 효과가 정확히 옥시토신을 통해 일어나는지는 연구자들도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하물며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을 “우리 아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과학적 증명”으로 옮기는 것은 훨씬 더 먼 도약입니다. 호르몬 하나의 농도가 관계의 크기를 재는 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 연구들을 관통하는 실용적인 힌트는 있습니다. 결과가 갈린 지점들을 늘어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사람이 붙잡아서 만든 접촉보다, 동물이 스스로 다가와서 만든 접촉 쪽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고양이 애착 유형 연구에서도, 접촉 시간이 길다고 보호자 옥시토신이 더 오르지는 않았던 일본 견종 연구에서도 그렇습니다. 눈을 맞추려고 얼굴을 붙잡는 대신, 강아지가 먼저 올려다볼 때 반응해주는 편이 지금 자료와 더 맞는 방향입니다. 고양이라면 무릎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손을 내미는 쪽입니다.

검색 결과에 “과학적으로 증명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으면 한 번 더 들여다볼 만합니다. 이 주제처럼 유명한 단일 연구가 대중적인 문장으로 굳어지는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고양이 가르릉 소리의 의미나 강아지의 왼발잡이 여부를 다룰 때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연구가 실제로 측정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 집 아이를 대하는 방법도 조금 더 정확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나 행동 변화가 걱정된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