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일반 · 2026-09-05

강아지와 고양이도 왼발잡이가 있을까?

반려동물의 앞발 사용 편향(paw preference)에 대한 연구 결과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소개합니다.

사람 손에 놓인 공을 앞발로 건드리는 달마시안 강아지
Photo by Bethany Ferr on Pexels

간식을 손에 쥐고 흔들면 늘 같은 발이 먼저 올라옵니다. 캣타워 틈에 굴러 들어간 장난감을 꺼낼 때도 매번 같은 쪽 앞발이 들어갑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보호자가 한 번쯤 눈치채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강아지 왼발잡이’를 검색하면 “수컷은 왼발, 암컷은 오른발”, “양발잡이는 불안한 아이”, “왼발잡이는 우뇌형이라 예민하다” 같은 문장이 줄줄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논문들을 펼쳐보면 말투가 전혀 다릅니다. 결과가 연구마다 엇갈리고, 저자들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단서를 계속 붙입니다. 이 글은 발 편향(paw preference)에 대해 지금까지 어디까지가 측정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설이며, 널리 퍼진 통념 중 무엇이 재현되지 않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거실 바닥에 놓인 간식 장난감을 앞발로 누르는 강아지
Photo by Magda Ehlers on Pexels

발 편향은 성격 검사가 아니라 뇌 좌우 분화의 흔적이다

발 편향은 동물이 특정 과제를 할 때 왼발이나 오른발 한쪽을 일관되게 더 많이 쓰는 경향을 말합니다. 연구자들이 이걸 오래 들여다본 이유는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뇌의 좌우 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맡는 현상(lateralization)을 밖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실린 Rogers의 정리에 따르면 발 편향은 이 편측성을 행동으로 확인하는 대표적 지표로 쓰입니다.

측정 방식은 생각보다 건조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콩 테스트’입니다. 간식을 채운 콩 모양 장난감을 앞에 두고, 안의 간식을 꺼내려고 장난감을 발로 눌러 고정할 때 어느 발을 쓰는지를 반복해서 기록합니다. 양발을 동시에 쓴 시도는 집계에서 빼고, 개체당 50회(Simon 외, 2022, Animals)를 시행하는 식입니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중에는 과제당 100회를 기록한 사례(Wells와 Millsopp, 2009)도 있습니다. 한두 번 봐서 “우리 애는 왼발잡이”라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관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오해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인구 전체로 보면 약 90%가 오른손잡이로 극단적으로 쏠려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다릅니다. 개체 하나하나를 보면 뚜렷한 편향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집단 전체로 놓고 보면 사람만큼 한쪽으로 쏠리지 않습니다. 즉 “개도 사람처럼 대부분 오른발잡이”라는 문장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발 편향은 사람의 손잡이와 비슷해 보이는 현상이지, 같은 현상이 아닙니다.

17,901마리 데이터가 흔든 “수컷은 왼발, 암컷은 오른발”

이 통념의 출발점은 2003년 Behavioural Processes에 실린 Wells의 연구입니다. 일부 과제에서 수컷이 왼발을, 암컷이 오른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고됐습니다.

이후 표본이 훨씬 커진 연구들이 나오면서 그림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발표된 대규모 시민과학 연구는 BBC를 통해 모은 17,901마리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편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13,240마리 중 암컷의 60.7%, 수컷의 56.1%가 오른발을 선호했습니다. 방향이 정반대로 갈린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오른쪽으로 기울되 암컷 쪽의 기울기가 조금 더 컸다는 결과입니다. 연령 효과는 수컷에서만 나타났는데, 수컷은 나이가 많을수록 오른발 편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함께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보호자가 집에서 3회 관찰한 자료를 모은 것이라, 시행 횟수를 50~100회로 늘려 측정한 연구보다 정밀도는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건 2019년 Ocklenburg 연구팀의 메타분석입니다. 여러 연구를 합쳐서 본 결과, 고양이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인됐지만 개에서는 유의한 성별 차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정리하면 “수컷 개는 왼발잡이”는 개별 연구에서 나왔다가 더 큰 분석에서 재현되지 않은 주장입니다. 확정된 사실처럼 옮길 만한 단계가 아닙니다.

방법론 자체도 계속 다듬어지는 중입니다. Simon 연구팀은 콩 테스트 같은 조작 기반 과제와 첫걸음·허들 넘기 같은 보행 기반 과제의 결과가 부분적으로만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한 가지 테스트 결과만으로 개체의 편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2026년 6월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된 이탈리아 바리 대학의 ‘Doginburgh’ 테스트는 이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콩 테스트, 먹이 도달, 계단 첫걸음, 높은 보행로에서 내려오기 네 가지를 묶어 강한 좌향부터 강한 우향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콩 테스트 하나로는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이 도구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가구 아래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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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쪽은 성별 차이가 남았다 — 그리고 벵갈의 83%

고양이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그렇다고 고양이 쪽이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돼 있는 건 아닙니다. 1997년 Behavioural Processes에 실린 Pike와 Maitland의 연구는 고양이 48마리(수컷 28, 암컷 20)를 대상으로 먹이 집기 과제를 반복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오른발 46%, 왼발 44%, 어느 쪽도 일관되지 않은 개체 10%. 집단 전체로는 거의 반반이었고, 성별에 따른 유의한 차이는 이 연구에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연구가 남긴 건 개체 내 일관성입니다. 60%의 고양이는 10주 관찰 기간 내내 선호하는 발만 100% 사용했습니다. 집단 수준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이 반반으로 상쇄되지만, 개체 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상당히 확고한 습관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별 차이가 유의하게 나온 연구도 있습니다. 2009년 Animal Behaviour에 실린 퀸즈대 벨파스트 Wells와 Millsopp의 연구는 가정에서 지내는 고양이 42마리에게 세 가지 과제를 줬습니다. 참치 병에서 먹이를 꺼내기, 매달린 장난감 건드리기, 바닥에 끌리는 장난감 잡기. 과제마다 100회씩 기록했더니 수컷은 왼발, 암컷은 오른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습니다. 앞서 본 2019년 메타분석에서 고양이의 성별 차이가 확인된 것과 방향이 맞습니다. 같은 종을 놓고도 과제 구성과 시행 횟수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점은, 발 편향 연구를 읽을 때 “어느 연구에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품종에 따른 차이를 본 연구도 있습니다. 2019년 Animals에 실린 Wells와 McDowell의 연구는 순종 고양이 56마리(래그돌, 메인쿤, 페르시안, 벵갈)를 비교했습니다. 벵갈은 83.3%가 왼발 편향을 보여 네 품종 중 가장 강했고, 페르시안은 편향이 가장 약해 양발을 고루 쓰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연구팀은 왼발 편향이 우반구 우세와 관련될 가능성, 편향이 약한 쪽이 공포 취약성과 관련될 가능성을 각각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단서가 필요합니다. 첫째, 이 연구는 네 품종 56마리를 본 소규모 조사이고 “가능성 제시”에 머물렀습니다. 둘째, 여기 포함되지 않은 품종이 대부분입니다. 브리티시숏헤어를 비롯한 다른 품종에 이 결과를 그대로 옮겨 “우리 애 품종은 이런 성향”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양이의 발 편향 연구는 먹이 집기나 장난감 붙잡기처럼 앞발로 물건을 조작하는 과제에 기대고 있고, 개에서 쓰이는 계단 첫걸음 같은 보행 기반 테스트는 고양이에서 검증된 사례가 없습니다. 계단 내려갈 때 먼저 짚는 발로 확인하라는 식의 조언은 아직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러그 위에서 한쪽 앞발을 뻗어 레이저 포인터 빛을 건드리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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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잡이는 불안한 아이”는 어디서 왔고, 왜 재현되지 않았나

발 편향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발 하나로 성격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죠. 출발점은 2006년 무렵 발표된 소규모 연구였습니다. 발 편향이 뚜렷한 개들이 어느 쪽도 뚜렷하지 않은 개들보다 소음공포증 반응이 유의하게 낮았다는 상관관계 보고였습니다. 흥미로운 결과였지만 표본이 작았고, 상관관계였지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후 표본을 키운 연구들은 이 그림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Wells 연구팀이 2018년 표준화된 행동 설문(C-BARQ)을 써서 분석한 결과, 발 편향의 방향도 강도도 ‘행동 문제로 의뢰된 개’와 대조군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일부 하위 척도에서 약한 상관이 보였을 뿐이고, 편향의 강도는 어떤 척도와도 유의한 관련이 없었습니다. Simon 연구팀이 2022년 개 86마리를 모아 콩 테스트(23마리), 첫걸음(82마리), 허들 넘기(48마리) 중 일부씩을 시키고 정서성 설문을 함께 돌린 연구에서도, 발 편향과 정서성 사이의 유의한 상관관계는 어느 과제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배경 가설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우반구가 공포·경계·위협 같은 부정적 정서 처리에, 좌반구가 긍정적 정서 처리에 더 관여한다는 가설은 소리 자극에 대한 반응의 편측성을 다룬 연구들에서 일부 뒷받침됩니다. 다만 이 가설에서 “왼발을 쓰니까 우뇌형이고, 따라서 예민한 성격”까지 한 번에 건너뛰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입니다. 지금 상태를 정직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발 편향과 성격·불안의 관계는 아직 가설 단계이고, 큰 표본에서 재현되지 않은 항목이 여럿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성격 판단에 쓸 도구가 아닙니다.

요즘 연구가 보는 건 ‘어느 쪽’이 아니라 ‘얼마나 뚜렷하냐’

최근 연구의 관심사는 방향에서 강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보다, 편향이 뚜렷한가 아니면 그때그때 다른가가 더 의미 있는 변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에 실린 연구는 이미 작업견으로 배치되어 활동 중인 개들을 비교했습니다. 완전 운용 중인 개들의 발 편향이 준운용 상태인 개들보다 더 뚜렷했다는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방향을 헷갈리면 안 됩니다. 이 연구는 훈련 전에 편향을 측정해두고 나중에 누가 배치되는지를 지켜본 것이 아니라, 이미 결과가 나온 개들을 뒤에서 나눠 비교한 사후 분석입니다. 그러니 “편향이 뚜렷하면 작업견이 된다”는 예측으로 읽을 수 없고, “편향이 뚜렷한 개가 더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뇌의 좌우 기능 분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개체가 특정 과제에서 일관된 수행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아주 제한된 해석입니다.

거실 바닥에 앉아 작은 강아지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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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해보는 간이 콩 테스트 10회

연구 수준의 정확도를 낼 수는 없지만, 주말 오후에 해볼 만한 간이 버전은 있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 간식을 넣은 콩 모양 장난감이나 노즈워크 장난감을 앞에 놓습니다.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이 좋습니다.
  • 장난감을 발로 눌러 고정할 때 어느 발이 먼저 올라오는지 기록합니다. 양발을 동시에 쓴 시도는 제외합니다.
  • 한 번에 몰아서 하지 말고 며칠에 걸쳐 10회 정도를 모읍니다. 지루해하면 그날은 멈춥니다.
  • 10회 중 7회 이상 같은 발이 나오면 편향이 있다고 볼 만합니다. 5대 5에 가깝다면 그것도 하나의 결과입니다.

결과를 읽을 때 두 가지를 기억하면 좋습니다. 연구는 같은 개체를 50회 이상 반복 시행하고, 우리가 하는 건 그 축소판이라는 점. 그리고 조작 과제와 보행 과제의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올 수 있어서, 한 가지 방식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같은 아이를 몇 달 뒤에 다시 해보면 결과가 조금 달라져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 집 푸들 신디도 간식 장난감을 붙잡을 때는 한쪽 발이 확실히 먼저 나오는데, 소파에 올라올 때 먼저 걸치는 발은 그날그날 다릅니다. 놀이 삼아 기록해두는 정도면 충분하고, 여기서 성격을 읽어내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쪽 발을 ‘덜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은 다르다

발 편향은 어느 쪽도 불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을 더 자주 고르는 습관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다룬 내용과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갑자기 한쪽 발을 아예 쓰지 않으려 하거나, 디딜 때 절뚝이거나, 발을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바닥에 끄는 경우입니다. 이런 변화는 발 편향과 무관하며, 관절 문제나 발톱·발바닥 손상, 발가락 사이에 낀 이물질, 신경 쪽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확인하려면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구분 기준은 ‘선택’과 ‘회피’입니다. 편향은 두 발 다 멀쩡한데 한쪽을 고르는 것이고, 통증은 한쪽을 피하는 것입니다. 편향이라면 놀 때나 걸을 때나 양쪽 다 정상적으로 체중을 싣고, 통증이라면 서 있는 자세부터 한쪽으로 기울거나 해당 발을 짚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최근에 갑자기 바뀌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당장 해볼 만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처럼 아무 문제 없을 때의 걷는 모습을 10초쯤 옆에서 영상으로 찍어두는 것입니다. 나중에 걸음이 이상해 보일 때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오늘 알아챈 것을 가볍게 적어두는 것입니다.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가 성격이나 건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평소 우리 아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자체는 남습니다. 변화를 알아채는 사람은 결국 평소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걸음걸이나 발 사용의 이상이 의심될 때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