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09-26
삼색 고양이는 왜 대부분 암컷일까? 털색을 결정하는 유전학
삼색 무늬가 X염색체 불활성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2025년 밝혀진 주황색 유전자(ARHGAP36)의 정체와 아주 드문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나는 이유를 연구로 설명합니다.

검정, 주황, 흰색이 조각보처럼 섞인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듣는 말이 있습니다. “삼색이는 다 암컷이에요.” 실제로 삼색 고양이를 만나보면 암컷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왜 털 색깔이 성별과 묶여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절반은 60여 년 전에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불과 2025년에야 채워졌습니다. 주황색을 만드는 유전자가 정확히 무엇인지가 그때까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두 연구팀이 같은 날 주황색 유전자를 짚었다
2025년 5월 15일,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고양이 주황색 털에 관한 논문 두 편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한 편은 일본 규슈대학교 Hiroyuki Sasaki 연구팀(제1저자 Toh)의 것이고, 다른 한 편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Gregory Barsh 연구팀(제1저자 Kaelin)의 것입니다. 두 팀은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했는데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범인은 X염색체 위에 있는 ARHGAP36이라는 유전자였습니다. 정확히는 이 유전자 자체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유전자 안쪽의 인트론이라는 구간에서 약 5kb(염기 약 5,000개) 길이의 DNA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 결실이 있는 X염색체에서는 색소를 만드는 세포(멜라노사이트)에서 ARHGAP36의 발현이 높아지고, 그 결과 세포가 검은 계열 색소인 유멜라닌 대신 노랑·주황 계열 색소인 페오멜라닌을 만드는 쪽으로 기웁니다.
흥미로운 점은 ARHGAP36이 원래 신경내분비 조직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져 있었고, 털 색과 연결된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양이의 “오렌지 유전자”는 유전학 교과서에 오랫동안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게 DNA의 어느 부분인지는 이 두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빈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스위치가 X염색체에 있기 때문에 암컷만 두 색을 함께 켤 수 있다
주황색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다는 사실이 성별 편중을 설명하는 핵심입니다. 이 자리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주황을 만드는 버전(흔히 O로 표기)과 주황을 만들지 않는 버전(o)입니다. 주황을 만들지 않는 쪽의 털은 검정 계열로 나타납니다.
수컷은 X염색체가 하나(XY)라서 둘 중 한 버전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컷은 온몸이 주황 계열이거나, 주황이 없는 색이거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반면 암컷은 X염색체가 둘(XX)이라서 한쪽에는 O, 다른 쪽에는 o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버전을 모두 가졌다고 해서 털이 두 색을 섞은 중간색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X염색체 불활성화입니다. 암컷 포유류는 배아 초기에 세포마다 두 X염색체 중 하나를 무작위로 꺼버립니다. 어떤 세포는 O가 있는 X를 끄고, 어떤 세포는 o가 있는 X를 끕니다. 한 번 정해진 선택은 그 세포가 분열해 만든 자손 세포에 그대로 물려집니다. 그렇게 같은 선택을 공유하는 세포 무리가 피부의 한 구역을 차지하면서, 검정 구역과 주황 구역이 뚜렷하게 나뉜 패치 무늬가 만들어집니다.
이 현상을 처음 가설로 제시한 사람은 유전학자 Mary F. Lyon으로, 1961년의 일입니다. 그래서 X염색체 불활성화를 그의 이름을 따 “라이오니제이션(Lyonization)”이라고도 부릅니다. 삼색 고양이는 이 원리를 눈으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지금도 유전학 강의에 자주 등장합니다. 고양이의 털 무늬 하나가 한 개체 안에서 세포마다 다른 X염색체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흰 바탕은 다른 유전자의 몫 — 칼리코와 카오스의 차이
여기까지 설명한 것은 검정과 주황의 모자이크입니다. 삼색의 세 번째 색인 흰색은 전혀 다른 유전자가 담당합니다. 2014년 학술지 G3에 실린 David 외의 연구는 고양이 흰 반점이 KIT라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변이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아주 오래전 유전체에 끼어든 바이러스 유래 서열이 KIT 유전자의 첫 번째 인트론에 삽입된 형태입니다.
색소세포의 전 단계인 멜라노블라스트는 배아 시기에 몸 곳곳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습니다. 이 이동이나 생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위에는 색소세포가 없고, 그 자리의 털은 색소 없이 흰색으로 자랍니다. 즉 흰 반점은 “흰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색이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같은 유전 원리에서 두 가지 이름이 갈라져 나옵니다.
- 칼리코(삼색): 검정·주황 모자이크에 흰 반점이 더해진 무늬
- 톨토이셸(카오스): 흰 반점 없이 검정과 주황이 촘촘히 섞인 무늬
털색을 옅게 만드는 희석 유전자가 함께 작용하면 검정이 회색으로, 주황이 크림색으로 바뀐 “희석 칼리코”가 됩니다. 색은 부드러워 보여도 X염색체 원리는 똑같아서, 이 무늬 역시 대부분 암컷에게서 나타납니다.
수컷 삼색은 ‘없는’ 게 아니라 ‘드문’ 것이다
“수컷 삼색은 절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드물지만 존재하고, 대부분은 X염색체를 두 개 가진 수컷입니다. 1975년 Am J Vet Res에 실린 Centerwall과 Benirschke의 논문은 기존에 보고된 수컷 톨토이셸·칼리코 고양이 25마리의 염색체 소견을 검토했는데, 그중 16마리의 염색체 구성에 XXY가 포함돼 있었습니다(모자이크 등 포함). X가 둘이니 암컷과 같은 방식으로 두 색의 모자이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XXY 수컷의 고환 조직 소견은 사람의 클라인펠터 증후군과 비슷했고, 이런 수컷은 대부분 번식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컷 삼색을 키우고 있어 건강 관리가 궁금하다면 일반론보다 그 개체를 직접 본 수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두 개체의 세포가 한 몸에 섞인 키메라(38,XY/38,XY) 수컷 톨토이셸이 번식 능력을 가졌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각각 다른 X염색체를 가진 두 세포 계통이 한 몸 안에 공존하면서 무늬가 생긴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사례는 개별 보고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드물까요? 흔히 “삼색 고양이 3,000마리 중 1마리가 수컷”이라는 숫자가 돌아다닙니다. 코넬대 수의과대학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서도 이 수치가 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널리 인용되는 추정치일 뿐, 이 숫자를 직접 산출한 원 연구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자료마다 수치가 다르게 제시되기 때문에, “아주 드물다” 이상의 정확한 비율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DNA가 같은 복제 고양이인데 무늬가 달랐다
X염색체가 털 무늬를 좌우한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복제 고양이입니다. 2001년 12월 22일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태어난 CC(Copy Cat)는 칼리코 고양이 Rainbow의 세포로 만든 복제 고양이였습니다. 유전적으로는 Rainbow와 동일했지만, 태어난 CC의 털은 태비 무늬에 흰색이 섞인 모습이었고 주황색이 없었습니다.
이 차이는 X염색체 불활성화로 설명되며, 같은 DNA를 가졌더라도 무늬가 똑같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삼색이는 성격이 드세다”는 말, 연구로 확인됐을까
영어권 보호자들 사이에는 톨토이셸 고양이의 까칠한 성격을 가리키는 “tortitud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통념을 확인해 보려고 한 연구가 UC Davis의 Stelow, Bain, Kass가 2016년 J Appl Anim Welf Sci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온라인 보호자 설문 1,432건을 모았고, 그중 1,274건을 분석해 털색과 공격 행동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색·카오스처럼 성연관 주황 무늬를 가진 암컷에게서 일상적인 상호작용, 안아 올리는 등 몸을 만질 때, 동물병원에 갈 때라는 세 가지 상황의 공격 행동이 조금 더 자주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검정-흰색, 회색-흰색 고양이도 공격 행동이 더 자주 보고됐습니다. 삼색만 유독 튀는 결과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저자들도 차이가 비교적 작았다고 설명했고, 보호자마다 고양이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했을 수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짚었습니다. 보호자가 스스로 답한 설문이라서, “삼색이는 드세다”는 인식 자체가 응답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털색으로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품종도, 검증된 행운의 상징도 아닌 털색 패턴
“삼색 고양이”는 품종 이름이 아닙니다. 털색 패턴을 가리키는 말이고, X염색체의 주황 유전자와 흰 반점 유전자가 함께 있으면 여러 품종에서도, 품종이 정해지지 않은 고양이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입양할 때 “삼색 품종”이라는 표현을 듣는다면 정확한 설명은 아닌 셈입니다.
삼색 고양이를 둘러싼 문화적 이야기도 많습니다. 일본의 마네키네코 가운데 삼색 무늬가 행운을 부른다는 이야기, 배에 삼색 고양이를 태우면 좋다는 선원들의 속설 같은 것들입니다. 다만 이것들은 전해지는 이야기 수준이고, 기원을 뒷받침하는 1차 사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조심해서 읽어야 할 부분
삼색 무늬의 큰 틀, 즉 주황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고 X염색체 불활성화가 모자이크를 만든다는 설명은 오랫동안 검증된 내용입니다. 2025년 연구는 그 틀에서 비어 있던 유전자의 정체를 채웠습니다. 다만 원래 신경내분비 조직에서 알려졌던 유전자가 색소세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는 이제 막 밝혀지기 시작한 영역이라, 세부 설명은 후속 연구에 따라 보완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참고한 자료
- Toh H, Au Yeung WK, Unoki M, et al. “A deletion at the X-linked ARHGAP36 gene locus is associated with the orange coloration of tortoiseshell and calico cats.” Current Biology 2025;35(12):2816–2825.e3. (PMID 40378840)
- Kaelin CB, McGowan KA, Trotman JC, et al. “Molecular and genetic characterization of sex-linked orange coat color in the domestic cat.” Current Biology 2025;35(12):2826–2836.e5. (PMID 40378841)
- David VA, Menotti-Raymond M, Wallace AC, et al. “Endogenous Retrovirus Insertion in the KIT Oncogene Determines White and White spotting in Domestic Cats.” G3 (Bethesda) 2014;4(10):1881–1891. (PMID 25085922)
- Centerwall WR, Benirschke K. “An animal model for the XXY Klinefelter’s syndrome in man: tortoiseshell and calico male cats.” Am J Vet Res 1975;36(9):1275–1280. (PMID 1163864)
- Bugno-Poniewierska M, Kij B, Witarski W, et al. “Fertile male tortoiseshell cat with true chimerism 38,XY/38,XY.” Reproduction in Domestic Animals 2020;55(9):1139–1144. (PMID 32574385)
- Stelow EA, Bain MJ, Kass PH. “The Relationship between Coat Color and Aggressive Behaviors in the Domestic Cat.” J Appl Anim Welf Sci 2016;19(1):1–15.
- Lyon MF. “Gene action in the X-chromosome of the mouse (Mus musculus L.).” Nature 1961;190:372–373.
- “X-chromosome inactivation: the gift that keeps on giving.” 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2023;30(8):1049. (PMID 37596470)
- Kalantry Lab, University of Michigan. “Calico Cat – X-inactivation.” kalantry.lab.medicine.umich.edu/research/calico-cat
- Thomson J. “Rare ‘Unicorn Cat’ Found at Rescue Center.” Newsweek, 2023-04-25. https://www.newsweek.com/rare-unicorn-calico-male-cat-genetic-condition-rescue-colorado-1796460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면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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