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10-14

고양이는 왜 꾹꾹이를 할까? 니딩 행동에 담긴 의미

수유 시절의 동작이 왜 다 커서도 남는지, 영역 표시설은 발톱 갈기만큼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꾹꾹이가 달라졌을 때 병원에 가야 할 신호까지 전문가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회색 담요 위에 올린 주황색 고양이 앞발 클로즈업
Photo by Aleksandar Cvetanovic on Pexels

소파에 앉아 있으면 고양이가 무릎 위로 올라와 앞발을 번갈아 꾹, 꾹 누르기 시작합니다. 눈은 반쯤 감겨 있고, 골골 소리가 섞이기도 하고, 가끔은 발톱이 바지를 뚫고 허벅지에 닿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 모습을 ‘빵 반죽한다(kneading)’ 또는 ‘비스킷을 굽는다’고 부르고, 우리말로는 꾹꾹이라고 부릅니다. 귀엽지만 궁금한 점도 남습니다. 다 큰 고양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어릴 때 어미와 일찍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영역 표시라던데 사실일까. 이 글에서는 꾹꾹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성묘가 돼서도 남는 이유로 어떤 설명들이 있고 각각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 그리고 단순한 꾹꾹이와 따로 봐야 하는 행동은 무엇인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푹신한 담요 위에서 앞발을 번갈아 누르고 있는 고양이
Photo by Arina Krasnikova on Pexels

젖을 빨던 앞발 — 꾹꾹이는 수유 시간에서 시작된다

꾹꾹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비교적 일치된 설명이 있습니다. 국제 고양이 복지단체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는 새끼 고양이가 어미 젖을 빨 때 앞발로 어미의 배를 번갈아 눌러 젖이 잘 나오도록 자극하는 행동이 그 출발점이라고 설명합니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어미 배에 나란히 붙어 앞발을 움직이는 모습이 바로 꾹꾹이의 원형인 셈입니다.

오클라호마주립대의 Leticia Fanucchi는 미국 과학 매체 Scientific American과의 인터뷰에서 새끼 고양이가 젖을 실제로 빨아내기 위해 어미의 유선을 눌러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는 여기에 이 자극이 어미의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옥시토신은 젖이 나오게 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즉 꾹꾹이는 처음에는 귀여운 버릇이 아니라 먹이를 얻는 데 직접 쓰이는 실용적인 동작이었습니다.

어미 고양이 배에 붙어 젖을 먹는 새끼 고양이
Photo by Shuvo Chandro on Pexels

다 큰 고양이가 아직도 ‘빵을 굽는’ 이유

문제는 젖을 뗀 지 한참 지난 성묘도 이 동작을 계속한다는 점입니다. iCatCare의 설명에 따르면 성묘의 꾹꾹이는 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 곁이나 푹신한 곳에서 이어집니다. 무릎 위, 털이 긴 담요, 막 갠 이불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곳이 대표적입니다. 어미 곁에서 젖을 먹던 때의 편안한 상태와 연결된 동작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는 설명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미국 Unity Environmental University의 공인 응용동물행동학자 Kristyn Vitale는 같은 Scientific American 기사에서 꾹꾹이가 “유대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친밀한 사회적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표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꾹꾹이가 편안함, 신뢰와 관련된 행동이라는 해석은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설명이지만, 고양이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이 동작을 하는지를 실험으로 가려낸 것은 아닙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나를 편하게 여기는 상태에서 나오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합니다.

“어미와 일찍 떨어져서 그렇다”는 말이 맞지 않는 이유

꾹꾹이를 검색하면 자주 보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젖을 너무 일찍 뗀 고양이가 그 결핍 때문에 커서도 꾹꾹이를 한다는 설명입니다. 기원이 수유 행동이니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의 보호자용 안내 자료에서는 꾹꾹이를 정상 행동으로 설명하고, 젖 떼는 시기와 관계없이 많은 고양이에게서 볼 수 있는 행동으로 소개합니다. 꾹꾹이 자체를 ‘결핍의 흔적’으로 볼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통념이 쉽게 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기 이유와 행동 문제의 관계를 다룬 실제 연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핀란드 Ahola 연구팀의 논문은 40개 품종 고양이 5,726마리의 설문 자료를 분석했고, 생후 14주 이후에 젖을 뗀 고양이가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낮고 과도한 그루밍을 보일 가능성도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살펴본 것은 공격성과 과도한 그루밍 같은 행동이고, 꾹꾹이를 측정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유 시기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일찍 젖을 떼면 꾹꾹이를 한다”로 옮겨 읽으면 연구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 됩니다.

영역 표시설 — 발톱 갈기만큼 증거가 있을까

꾹꾹이를 설명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영역 표시입니다. 고양이 발바닥에는 냄새를 남기는 샘이 있어서, 꾹꾹 누를 때 자기 냄새를 묻혀 “여기는 내 것”이라고 표시한다는 설명입니다. 이건 인터넷 속설만은 아닙니다. 앞서 인용한 Scientific American 기사에서 Fanucchi는 꾹꾹이가 발바닥의 냄새샘을 활성화해 좋아하는 자리나 사람을 자기 것으로 표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AAHA 안내 자료도 꾹꾹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냄새 표시를 듭니다. 전문가들도 그럴듯한 설명으로 드는 가설인 셈입니다.

해부학적인 바탕도 있습니다. 고양이 발가락 사이에는 냄새 물질을 내는 지간선이 있고, 2013년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실린 Cozzi 연구팀의 논문은 이 지간선에서 나오는 ‘고양이 지간 신호물질(FIS)’을 다뤘습니다. 다만 발에 냄새샘이 있다는 것과 꾹꾹이라는 동작으로 그 냄새가 실제로 남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꾹꾹이를 할 때 냄새가 묻어나는지, 그 냄새를 다른 고양이가 표시로 받아들이는지를 고양이 대상 실험으로 직접 확인한 연구는 현재 찾을 수 없습니다.

같은 발을 쓰는 행동인 발톱 갈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Cozzi 연구팀은 FIS를 합성해 스크래처에 바르고 고양이 19마리의 반응을 직접 관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레이지펫의 「고양이는 왜 발톱을 갈까?」 글에서 다뤘습니다. 정리하면 발톱 갈기의 냄새 표시 기능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직접 실험 근거가 있고, 꾹꾹이의 냄새 표시 기능은 전문가들도 드는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고양이 대상 실험으로 직접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둘을 같은 무게의 ‘과학적 사실’로 묶어 말하지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꾹꾹이를 안 하는 고양이는 덜 친한 걸까

반대 방향의 걱정도 있습니다. 다른 집 고양이는 매일 꾹꾹이를 한다는데 우리 고양이는 한 번도 안 한다면, 나를 덜 믿는 걸까 하는 걱정입니다. Vitale는 이 점에 대해 “개체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꾹꾹이를 하든 안 하든, 가르랑거리기, 몸을 비비기, 곁에 와서 앉아 있기 같은 행동도 모두 애착을 보여 주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꾹꾹이는 애착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방법을 쓰지 않는 고양이도 많습니다. 꾹꾹이 횟수로 관계를 재기보다는, 고양이가 평소 어떤 방식으로 곁에 머무는지를 보는 편이 그 고양이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두 사람의 손길에 눈을 감고 편안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
Photo by Raiza Azkaril on Pexels

담요를 빠는 것과 담요를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꾹꾹이를 하면서 담요 끝을 입에 물고 쪽쪽 빠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침이 조금 흐르기도 합니다. 수유 시절 동작과 연결된 모습이라 이것까지 꾹꾹이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가볍게 빨거나 침을 흘리는 정도는 흔히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천을 단순히 빠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뜯어 먹거나 삼키는 행동은 꾹꾹이와 같은 범주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미국 VCA 동물병원의 보호자용 자료(“Cat Behavior Problems: Chewing and Sucking”)는 울이나 천을 씹고 빠는 행동,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이식증(pica)을 강박 행동과 연결해 설명하며, 샴이나 버미즈 같은 품종에서 더 흔하게 보고된다고 소개합니다. 이런 행동이 시작되는 나이는 자료마다 제시하는 범위가 다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위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삼킨 섬유는 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천을 삼킨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거나, 밥을 먹지 않거나, 기운 없이 늘어져 있다면 응급일 수 있으니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지 말고 바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꾹꾹이하면서 하는 거니까 애정 표현이겠지”라고 넘기기 쉬운 장면이라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늘 하던 꾹꾹이가 달라졌다면 — 동물병원에 물어볼 신호

꾹꾹이 자체는 정상 행동이지만, 기준은 언제나 ‘그 고양이의 평소’입니다. AAHA 자료도 꾹꾹이 빈도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건강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아래와 같은 변화가 보이면 행동 문제로 단정하기 전에 진료를 먼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정확한 확인은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 꾹꾹이 횟수가 갑자기 크게 늘거나, 반대로 거의 하지 않게 됨
  • 평소 순하던 고양이가 꾹꾹이 도중이나 그 주변에서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함
  • 자기 발톱이나 발을 깨무는 행동이 급격히 심해지거나, 발이 붉어지고 붓거나 피가 나거나 침을 많이 흘림
  • 담요 같은 천을 뜯어 삼킨 뒤 구토, 식욕 저하, 무기력이 나타남 — 이 경우는 응급 신호이므로 바로 동물병원에 연락

특히 공격성 변화는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친근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납게 변하는 것, 특정 부위를 반복해서 핥거나 깨무는 것은 통증 신호 목록에 자주 올라가는 행동입니다.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보이면 먼저 아픈 곳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친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연구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가르랑거림이 늘 기분이 좋다는 뜻은 아닌 것처럼, 꾹꾹이도 컨디션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합니다.

허벅지가 따가울 때 — 꾹꾹이를 막지 않고 함께 지내는 법

꾹꾹이의 현실적인 문제는 대개 발톱입니다. 얇은 옷 위에서 발톱이 박히면 꽤 아프고, 반사적으로 고양이를 밀어내게 됩니다. 캔자스주립대 수의사 Susan Nelson은 이에 대해 꾹꾹이를 너무 막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고양이가 애정의 신호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아픔을 참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Scientific American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합니다.

  • 발톱을 정기적으로 깎아 끝을 뭉툭하게 유지하기
  • 무릎 위에 두꺼운 담요나 쿠션을 깔아 두고, 고양이가 올라오면 그 위에서 꾹꾹이를 하게 하기

같은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발톱 제거 수술(디클로잉)은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저희 집 딸기도 맨 무릎보다는 두툼한 담요를 깔아 줬을 때 훨씬 오래 자리를 잡고 꾹꾹이를 합니다. 결국 꾹꾹이 문제는 고양이의 행동을 고치는 일이라기보다 보호자 쪽 환경을 조금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고양이를 툭 밀어내면, 고양이는 편하게 쉬던 자리에서 이유도 모른 채 쫓겨나는 셈이 됩니다. 소파 팔걸이에 접어 둔 담요 한 장이 그 장면을 대신해 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수의사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의심되면 동물병원에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