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10-13
고양이 울음소리, 야옹마다 다른 의미가 있을까?
짧게 끊어 우는 소리부터 길게 우는 소리, 트릴링까지 고양이 발성이 상황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행동학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고양이가 짧게 “앙” 하고 다가옵니다. 밥그릇 앞에서는 같은 고양이가 길게 끌며 웁니다. 창밖에 새가 앉으면 이번엔 소리라기보다 턱을 딱딱 부딪히는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한 마리 고양이에게서 이렇게 다른 소리가 나오니, 보호자라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이 소리들이 정말 각각 다른 뜻일까, 아니면 그냥 그때그때 나오는 소리일까. 행동학 연구는 이 질문에 꽤 많은 부분 답을 해두었고, 동시에 아직 모르는 부분도 분명하게 남겨두었습니다. 이 글은 그 두 가지를 구분해서 정리합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 소리를 어떻게 나눴나
고양이 발성을 정리한 자료 가운데 자주 인용되는 것이 2020년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에 실린 리뷰 논문 “Feline vocal communication”입니다. 타베르니에(Tavernier), 하우프트(Houpt) 등이 함께 쓴 이 논문은 고양이 소리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각 소리에 대해 “어떤 소리로 들리는가”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가”를 짝지어 설명합니다. 이 글도 그 틀을 따라갑니다.
먼저 짚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양이 소리의 대표로 떠올리는 가르릉(퍼링)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퍼링은 같은 입에서 나오지만 만들어지는 방식이 다른,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내내 이어지는 연속음이라 별도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야옹, 트릴, 처프, 채터, 하악질, 그로울, 야울처럼 한 번씩 끊어서 나오는 소리를 다룹니다.
또 하나, 논문 저자들 스스로가 여기 정리한 소리가 고양이가 낼 수 있는 소리를 전부 담은 것은 아니라고 적어두었습니다. 고양이 소리의 분류는 아직 정리가 끝난 분야가 아니고, 연구자마다 이름을 붙이는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아래 내용은 정답표라기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지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야옹 — 짧게 끊을 때와 길게 끌 때
우리가 “야옹”이라고 부르는 소리(mew, meow)는 리뷰 논문에서 사회적 접촉, 번식, 관심 끌기 같은 목적과 연결된 소리로 정리됩니다. 그리고 논문은 이 소리가 특히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흔하게 나온다고 짚습니다. 다시 말해 야옹은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성격이 강한 소리입니다.
같은 야옹이라도 길이와 높이는 상황에 따라 꽤 달라집니다. 이 부분에 참고가 되는 것이 코넬대 연구자 니컬러스 니카스트로(Nicholas Nicastro)의 실험입니다. 그는 집고양이 울음소리를 녹음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어떻게 느껴지는지 평가하게 했는데, 사람들이 더 급하게 느낀 소리는 대체로 더 길고 피치가 낮은 소리였습니다. 반대로 짧고 높은 야옹은 덜 급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것을 “짧은 야옹은 인사, 긴 야옹은 요구”처럼 공식으로 외우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 실험이 보여준 것은 사람이 그 소리를 어떻게 느끼는가이지, 고양이가 의도를 그렇게 나눠 담는다는 증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딸기도 택배 상자가 들어오면 짧게 끊어 한두 번 울고 마는 편이지만, 그 짧은 소리에 어떤 뜻이 담겼는지는 상황을 함께 봐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고양이의 소리를 상황별로 오래 들어보는 것이 결국 가장 정확한 해석 기준이 됩니다.

트릴과 처프 — 반가움처럼 들리는 짧은 소리들
트릴(trill)은 입을 거의 다문 채 “르르릉” 하고 굴리듯 내는 부드러운 소리입니다. 퍼링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한 번씩 끊어 나옵니다. 리뷰 논문은 트릴을 아는 고양이에게 건네는 인사 소리로 설명합니다. 보호자가 집에 들어올 때, 혹은 고양이가 다가와 몸을 비빌 때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프(chirp)는 그보다 짧고 높은,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접촉을 시도할 때, 무언가를 원할 때, 그리고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부를 때 나오는 소리입니다. 트릴과 처프는 실제로 들어보면 경계가 모호해서, 자료에 따라 한데 묶어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트릴이 들리면 무조건 “반갑다”는 뜻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걸 알아들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음성학자 수잔 쇠츠(Susanne Schötz)가 진행한 MEOWSIC 프로젝트의 예비 결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2014년 파일럿 연구에서 사람 36명에게 고양이 소리 28개를 들려주고 어떤 감정인지 분류하게 했는데, 우호적인 트릴이 종종 “화남”으로 잘못 분류됐습니다. 이 결과는 학회 논문집(Fonetik 2014)에 실린 소규모 파일럿 연구로, 학술지에 정식 게재된 논문은 아니어서 확정된 결론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리만 듣고 고양이의 기분을 맞히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알려줍니다. 소리와 함께 귀, 수염, 꼬리 자세를 같이 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창밖의 새를 볼 때 — 채터링의 정체
채터(chatter)는 엄밀히 말하면 목소리라기보다 턱을 리드미컬하게 딱딱 부딪히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리뷰 논문도 대부분 성대를 거의 쓰지 않는 무성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창밖의 새나 벽을 기어가는 벌레처럼, 먹잇감이 눈에는 보이는데 닿을 수 없을 때입니다.
문제는 “왜”입니다. 가장 널리 퍼진 설명은 잡지 못하는 좌절감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고양이 행동 전문가 미켈 델가도(Mikel Delgado)는 좌절설을 가설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도, 이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없다고 짚습니다. 경쟁하는 가설도 여럿 있습니다. 사냥감의 목을 무는 동작을 미리 연습하는 것이라는 “리허설”설, 그리고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가 제시한, 실제 대상 없이 사냥 동작이 흘러나오는 “진공 행동”이라는 설명입니다. 어느 쪽도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채터링을 보고 “좌절해서 그렇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사냥 자극을 받은 상태”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 연구 수준에 맞습니다.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 깃털 장난감 앞에서 같은 소리를 내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악질, 그로울, 스핏 — 비슷해 보여도 강도가 다르다
고양이가 화났을 때 내는 소리를 흔히 모두 “하악질”로 부르지만, 리뷰 논문은 이것을 몇 가지로 나눕니다.
- 하악질(hiss): 입을 벌리고 공기를 길게 내뿜는 무성음입니다. 놀랐을 때나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 나옵니다. “가까이 오지 마”에 가까운, 물러서고 싶은 쪽의 신호입니다.
- 그로울(growl): 목 깊은 곳에서 낮게 울리는 소리입니다. 논문은 이를 공격적인 경고나 위협으로 분류합니다. 하악질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밀어내려는 신호입니다.
- 스핏(spit): 갑자기 “퓻” 하고 숨을 터뜨리듯 내뱉는 소리입니다. 논문은 이를 하악질보다 더 강한 변형으로 설명합니다.
정리하면 하악질은 방어에 가깝고, 그로울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경고입니다. 낯선 손님이 왔을 때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는 대개 상대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것이지 먼저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억지로 안거나 달래려 하기보다 거리를 주는 편이 좋습니다. 그로울까지 이어진다면 그 이상 다가가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밤에 길게 우는 소리 — 야울
야울(yowl)은 길고 크고 거칠게 끌리는 소리입니다. 리뷰 논문은 번식과 관련된 상황, 그리고 가벼운 위협 상황에서 나오는 소리로 설명합니다.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가 발정기에 밤새 우는 소리, 영역 다툼 중인 길고양이 두 마리가 마주 보고 길게 우는 소리가 대표적입니다.
중성화한 집고양이가 갑자기 야울링을 시작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번식과 무관한 상황에서 새로 나타난 야울은 몸의 불편함이나 다른 변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어서, 아래 노령묘 부분에서 따로 다룹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야옹거리지 않는다는 말, 사실일까
“고양이는 사람에게만 야옹거린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근거가 전혀 없는 말도 아닙니다.
니카스트로는 남아공 동물원의 아프리카들고양이를 수십 시간 동안 관찰하며 울음소리 수백 회를 녹음하고 분류했습니다. 들고양이도 웁니다. 녹음된 울음은 주로 먹이를 기다릴 때, 다른 개체와 공격적으로 마주쳤을 때, 서성이며 돌아다닐 때 나왔습니다.
고양이끼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한 타베르니에 등의 리뷰 논문이 더 직접적으로 적어두었습니다. 야옹은 고양이끼리 주고받는 상호작용이나 고양이 무리 안에서는 드물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특히 흔하다는 것입니다. 이 두 자료를 겹쳐 보면 그림이 보입니다. 야옹 자체는 고양이과 동물에게 원래 있던 소리지만, 그것을 친근한 접촉을 위해 자주 쓰는 습관은 사람과 함께 살면서 강화된 쪽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원래 야옹거리는 동물”이라기보다, “사람 앞에서 유독 많이 야옹거리는 동물”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사람 귀에 맞춰 변했다는 연구, 어디까지 믿을까
니카스트로의 연구에는 두 번째 단계가 있었습니다. 집고양이 울음과 아프리카들고양이 울음을 대학생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고 평가하게 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집고양이 소리를 “더 듣기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양이가 사람과 살아오는 동안 사람에게 더 잘 먹히는 소리 쪽으로 울음이 변해 왔을 수 있다는 해석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집고양이 울음이 사람 귀에 더 호감 있게 들린다”는 데까지입니다. 이 결과는 종종 “고양이는 사람을 조종하는 언어를 개발했다”거나 “고양이 울음에는 사람이 모르는 암호 체계가 있다”는 식으로 부풀려 소개되곤 합니다. 그런데 니카스트로 본인이 이것이 언어라는 근거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고양이 울음에 단어처럼 고정된 뜻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샴 같은 특정 품종은 유난히 말이 많다”는 통념도 있지만, 품종에 따른 발성 빈도 차이를 동료심사 연구로 확인한 자료는 찾기 어렵습니다. 체감은 있을 수 있어도 검증된 수치는 아직 없는 영역입니다. 결국 현재 연구가 말해주는 현실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고양이 소리는 상황과 꽤 잘 맞물려 있고, 그 고양이를 오래 지켜본 보호자가 가장 정확한 통역사가 됩니다.
나이 든 고양이가 갑자기 많이 울기 시작했다면
울음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변화”를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는 평소보다 많이 우는 고양이는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특히 노령묘에게 새로 나타난 과도한 울음은 갑상선기능항진증, 신장질환, 시력이나 청력 같은 감각의 저하, 인지기능장애 같은 가능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중 인지기능장애와 밤중 야울링의 관련성은 주로 임상 현장의 관찰로 이야기되는 부분이라, 우는 소리만으로 어느 쪽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원인이 겹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집에서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하루 중 언제, 어떤 상황에서 우는지를 기록해 진료 때 전달하는 것입니다. 식욕, 물 마시는 양, 체중, 화장실 습관의 변화가 함께 있는지도 같이 적어두면 정확한 원인 확인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울음이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세요
아래 상황은 기다려 보며 지켜볼 일이 아닙니다.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지 말고 바로 동물병원에 문의하세요.
- 화장실에 자꾸 들어가 힘을 주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몇 방울만 나온다. 특히 수컷 고양이라면 급성 요로 폐색 가능성이 있어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 갑자기 비명처럼 날카롭게 울고, 그 울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 평소와 다른 울음에 기운 없음, 식욕 변화 같은 다른 이상이 함께 보인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어 수의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래 상황은 응급은 아닐 수 있지만 진료 예약을 잡아볼 만한 변화입니다.
- 노령묘가 특히 밤에 이전보다 눈에 띄게 많이 운다.
- 평소 조용하던 고양이의 울음 빈도나 소리 크기가 달라졌다.
- 중성화한 고양이가 뚜렷한 이유 없이 야울링을 시작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평소의 야옹, 트릴, 채터링은 대개 고양이가 주변과 소통하는 일상적인 방식입니다. 밥그릇 앞의 긴 야옹, 현관에서의 짧은 트릴처럼 우리 고양이의 평소 소리를 상황과 함께 기억해두면, 병원에서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때 그 기억이 가장 쓸모 있는 기록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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