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2026-10-04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살았을까? 개와는 다른 가축화 경로
인간이 적극적으로 선택해 길러온 개와 달리, 고양이는 스스로 인간 거주지에 다가왔다는 '자기가축화' 가설을 고대 DNA·고고학 증거로 살펴봅니다.

고양이 역사를 떠올리면 대부분 같은 장면을 생각합니다. 피라미드, 고양이 머리를 한 여신, 붕대에 감긴 고양이 미라. 그래서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길들여졌다”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그런데 고고학·유전학 연구를 따라가 보면 이 문장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질문이 섞여 있습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가 언제 시작됐느냐는 질문과, 오늘날 집고양이의 혈통이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는 꽤 분명한 답이 있고, 이집트 문명보다 수천 년 앞선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학계에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2025년에 나온 연구가 다시 한 번 무게중심을 옮겨 놓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증거부터 최신 연구까지 시간순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사람 무덤 40cm 옆의 고양이 — 키프로스, 약 9,500년 전
이야기는 지중해 동쪽의 섬 키프로스에서 시작합니다. 2004년 학술지 Science에 실린 Vigne 연구팀의 논문은 실루로캄보스라는 신석기 유적에서 나온 한 무덤을 보고했습니다. 연대는 약 9,500년 전, 기원전 750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사람이 묻힌 자리에서 불과 40cm 떨어진 곳에 생후 8개월쯤 된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묻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 뼈에는 도살 흔적이 없었습니다. 먹기 위해 잡은 동물을 버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람 가까이에 묻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개체는 해부학적으로 오늘날의 집고양이가 아니라 야생고양이에 해당하지만,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이미 특별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지금도 가장 자주 인용됩니다.
더 중요한 단서는 장소 자체에 있습니다. 키프로스에는 원래 야생 고양이가 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섬에 고양이가 있었다는 것은 누군가 배에 태워 바다를 건너 데려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2012년 PNAS에 보고된 클리모노스 유적(약 1만1천 년 전)은 이보다도 이른 시기에 키프로스에 고양이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신석기 사람들이 굳이 배에 실어 옮길 만큼, 고양이는 이미 그들의 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셈입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는 언제 시작됐나”라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여기서 나옵니다. 적어도 약 9,500년 전, 지중해 동부에서는 이미 시작돼 있었습니다.
곡물창고에 쥐가 꼬이자, 고양이가 따라왔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2007년 Science에 실린 Driscoll 연구팀의 연구는 전 세계 집고양이와 야생고양이의 유전자를 비교해 한 가지 답을 내놓았습니다. 오늘날 집고양이(Felis catus)의 모계 조상은 근동·북아프리카에 사는 야생고양이 한 계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그 시기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농경 마을이 형성되던 때와 맞물린다고 보고, 가축화가 근동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여기서 용어 하나를 짚고 가겠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야생고양이(Felis lybica, 분류에 따라 Felis silvestris lybica)는 집고양이의 조상 계통으로, 지금도 근동과 아프리카의 야생에 사는 별개의 야생동물입니다. 길고양이·들고양이(feral cat)는 이와 달리 집고양이가 사람의 관리 밖에서 살아가는 경우를 말합니다. 앞의 키프로스 고양이도, 아래에 나올 고대 유적의 고양이들도 대부분 이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 사이 어디쯤에 있는 개체들입니다.
Driscoll 연구팀이 제시한 시점은 곧 가축화 방식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사람이 곡식을 기르고 저장하기 시작하자 창고에 쥐가 모여들었고, 쥐를 노리는 야생고양이에게 사람의 마을은 사냥감이 넘쳐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때 사람을 덜 경계하는 개체일수록 마을 가까이에 머물며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번식할 수 있었습니다. 겁이 많은 개체는 그 기회를 놓쳤고요.
이것이 흔히 말하는 자기가축화입니다. Driscoll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사람이 고양이를 포획하거나 원하는 개체끼리 골라 교배시킨 흔적은 없다고 봤습니다. 사람은 곡물창고를 지었을 뿐이고, 그 환경에 맞는 고양이가 스스로 남은 것입니다. 쥐를 잡아주는 동물을 쫓아낼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 없는 관계였을 것입니다.

이집트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제 처음의 통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집트에서 집고양이가 가정의 반려동물로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약 3,500년 전, 신왕국 투트모세 3세 무렵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고양이가 얽힌 흔적은 그보다 훨씬 이르게 올라갑니다. 이집트 남부 히에라콘폴리스 유적에서는 기원전 3700년경, 약 5,700년 전의 고양이 뼈가 나왔습니다(Linseele 2007, Van Neer 2014). 이 뼈에는 부러졌다가 아문 골절 흔적이 있어, 이 고양이가 최소 몇 주 동안 사람에게 붙잡혀 지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키프로스 무덤과 비교하면 약 3,800년, 클리모노스와 비교하면 5,000년 이상 늦은 시점입니다.
연대만 보면 이집트가 출발점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2017년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실린 Ottoni 연구팀의 연구는 고대 고양이 200여 개체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가축화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신석기에 시작되었고 고전기 이집트에서 ‘가속’되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Driscoll 연구와 함께 흔히 ‘근동 기원설’로 불리는 해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키프로스의 고양이가 사람과 가까이 지냈다는 사실과, 그 고양이가 오늘날 집고양이의 직계 조상이라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 곁에 머문 야생고양이 집단이 여러 곳에 있었더라도, 그중 어느 집단의 혈통이 지금의 집고양이로 이어졌는지는 따로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에서 소개할 2025년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북아프리카 쪽에 무게를 싣습니다.
이집트 사회에서 고양이가 차지한 위치는 종교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고양이와 연결된 여신으로 잘 알려진 바스테트는 원래 암사자 모습으로 표현되던 여신이었고, 후대로 가면서 고양이와 강하게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부바스티스 신전 등지에서는 고양이 미라가 대량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미라들은 흔히 상상하는 “아끼던 반려묘를 정성껏 장례 지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전에 봉헌하기 위해 고양이를 대량으로 기르고 죽이는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널리 소개됩니다. 고양이가 신성한 동물이었다는 사실과, 그 신성함 때문에 많은 고양이가 제물로 생을 마쳤을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는 셈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를 이야기할 때 이 두 면을 함께 봐야 실제 역사에 가까워집니다.
정리하면,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처음 가축화됐다”는 문장은 두 질문으로 나눠 봐야 합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가 이집트 문명보다 수천 년 먼저 키프로스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반면 오늘날 집고양이 혈통이 근동에서 왔는지 북아프리카에서 왔는지는 학계에서도 계속 수정되고 있는 질문입니다.
배를 타고 항구로 — 그리고 얼룩무늬는 한참 뒤에
Ottoni 연구팀은 고양이가 퍼져 나간 경로도 추적했습니다. 배에 실린 곡식과 식량을 쥐로부터 지키기 위해 선원들이 고양이를 태웠고, 그 결과 고양이는 지중해 항구들을 따라 이동하며 퍼져 나갔다는 것입니다. 키프로스로 고양이를 데려간 신석기 사람들처럼, 이후의 고양이 역사에서도 바다와 배는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나온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결과는 무늬에 관한 것입니다. 굵은 소용돌이 모양의 얼룩무늬(blotched tabby)는 흔히 “전형적인 집고양이 무늬”로 여겨지지만, 이 무늬는 가축화 초기가 아니라 중세 오스만 영역에서 처음 나타나, 18세기에 들어서야 흔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수천 년 동안 사람 곁에서 살아온 고양이들은 대부분 겉모습이 야생 조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고양이다운 무늬’라고 느끼는 것과 가축화 자체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유전자 몇 개와 150년 — 개와 이렇게 다르다
개와 비교하면 고양이 가축화의 특징이 더 분명해집니다. 2014년 PNAS에 실린 Montague 연구팀의 연구는 집고양이 게놈을 야생고양이와 비교했는데, 둘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매우 적었습니다. 차이가 난 곳은 주로 뉴런 기능과 관련된 소수의 유전자로, 사람을 덜 두려워하고 다루기 쉬워지는 ‘순치’ 방향의 변화로 해석됩니다. 반면 사냥 본능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창밖의 새를 보며 턱을 딱딱 부딪치는 고양이의 모습이 바로 그 흔적입니다. 소파에서 늘어져 자던 저희 집 브리티시숏헤어 딸기도 창가에 새가 앉으면 순식간에 자세가 낮아지는데, 수천 년을 사람 곁에서 살았어도 사냥꾼의 기본 설정은 거의 바뀌지 않은 셈입니다.
본격적인 선택교배의 역사도 짧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품종’은 150여 년 전,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캣 팬시(cat fancy)’ 운동에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첫 고양이 쇼가 열린 것이 1871년이고, 그마저도 대부분 털 색이나 얼굴형 같은 외형 위주였습니다. 개는 훨씬 오래전부터 사냥, 목축, 경비 같은 작업 목적까지 포함해 강하게 선택교배되어 왔습니다. 개는 사람이 쓰임새에 맞게 깎아 온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쥐 잡는 능력을 그대로 둔 채 사람 곁에 머무는 법만 익힌 동물에 가깝습니다.
다만 집고양이와 야생 조상의 유전적 차이가 작다고 해서 야생고양이를 데려다 집고양이처럼 키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에서 구분한 대로 야생고양이는 지금도 야생에 사는 별개의 동물이고, 집고양이를 만든 그 작은 차이는 수천 년에 걸쳐 쌓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삵 — 이어지지 않은 또 하나의 시도
근동과 북아프리카 말고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일이 없었을까요. 중국 산시성의 취안후춘 신석기 유적(약 5,500~5,000년 전)에서는 사람 마을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소형 고양이과 동물의 뼈가 나왔습니다. 2014년 PNAS에 보고된 Hu 연구팀의 연구에 이어 2016년 PLOS ONE에서 Vigne 연구팀이 이 뼈를 다시 분석한 결과, 이 동물은 집고양이가 아니라 삵(leopard cat)으로 밝혀졌습니다.
농경 마을과 쥐,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작은 고양이과 동물이라는 조건은 근동과 비슷했지만, 이 관계는 완전한 가축화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은 모두 근동·북아프리카의 야생고양이 계통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삵의 혈통은 남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출발선에 섰던 시도가 모두 가축화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25년, 유럽 고양이의 도착 시간이 4,000년 늦춰졌다
여기까지가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큰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2025년 11월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Science에 실린 De Martino 연구팀의 연구는 고대 고양이 70개체의 핵게놈을 분석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모계로만 전해지는 미토콘드리아 DNA에 기대고 있었던 것과 달리, 훨씬 많은 유전 정보를 담은 핵게놈을 들여다본 것입니다.
기존 통설은 약 6,000년 전 신석기 농부들이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에서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고양이도 함께 데려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새 연구는 이를 반박합니다. 신석기 유럽과 튀르키예 유적의 ‘고양이’는 가축화된 고양이가 아니라 현지 야생고양이였거나 야생고양이와 섞인 개체였고, 북아프리카 계열 고양이는 기원전 2세기 이전에는 유럽에도 튀르키예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유럽 집고양이 계통은 약 2,000년 전 무렵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집고양이가 레반트보다 북아프리카 야생고양이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지중해 사르데냐 섬의 야생고양이도 분석했는데, 이들은 집고양이보다 북아프리카 야생고양이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이 집고양이가 아니라 야생고양이를 섬으로 데려간 별개의 사례로 해석됩니다. 키프로스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고양이를 배에 싣고 다닌 일이 꼭 가축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줍니다.
이 결과는 앞서 소개한 2007년, 2017년 연구의 해석과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근동에서 시작돼 이집트에서 가속됐다는 구도 대신, 북아프리카, 즉 이집트를 포함한 지역의 비중이 오히려 커진 것입니다. 다만 한 연구로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근동설과 북아프리카설은 여전히 함께 거론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고대 게놈이 분석되면 그림은 또 바뀔 수 있습니다.
고양이 가축화의 역사는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고쳐 쓰이는 중인 이야기입니다. 다음에 “고양이의 기원이 밝혀졌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그 연구가 미토콘드리아 DNA를 봤는지 핵게놈을 봤는지,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을 말하는지 오늘날 집고양이 혈통의 출처를 말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차이에 따라 같은 고양이의 역사가 수천 년씩, 때로는 대륙 단위로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참고자료: Vigne et al., Science (2004) / Driscoll et al., Science (2007) / Linseele et al. (2007) / Vigne et al., PNAS (2012) / Van Neer et al. (2014) / Hu et al., PNAS (2014) / Montague et al., PNAS (2014) / Vigne et al., PLOS ONE (2016) / Ottoni et al.,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7) / De Martino et al., Science (2025) / World History Encyclopedia, “Bastet”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나 행동 변화가 걱정된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도 읽어보세요

고양이는 왜 발톱을 갈까? 스크래처가 꼭 필요한 이유
발톱 갈기가 고쳐야 할 버릇이 아니라 정상 행동인 이유와, 가구 대신 스크래처를 쓰게 만드는 높이·안정성·재질 조건, 그리고 수의학 단체들이 디클로잉을 반대하는 근거를 정리했습니다.

삼색 고양이는 왜 대부분 암컷일까? 털색을 결정하는 유전학
삼색 무늬가 X염색체 불활성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2025년 밝혀진 주황색 유전자(ARHGAP36)의 정체와 아주 드문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나는 이유를 연구로 설명합니다.

고양이는 왜 상자를 좋아할까? 스트레스 연구가 밝힌 이유
택배 상자에 들어가 앉는 고양이의 행동이 실은 스트레스 대처와 관련 있다는 것을, 2014년 보호소 연구부터 2021년 착시 도형 실험까지 다섯 편의 연구로 살펴봅니다.

고양이는 정말 자기 이름을 알아들을까?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고양이의 반응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름 인식을 다룬 행동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