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 2026-08-31

강아지 애디슨병, 컨디션이 오락가락한다면 의심해보세요

쿠싱증후군과 반대로 부신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애디슨병의 원인과 애매한 증상, 애디슨 위기와 평생 관리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담요 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강아지
Photo by Helena Jankovičová Kováčová on Pexels

가끔 밥을 잘 안 먹고 축 처지다가도 며칠 지나면 다시 멀쩡해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애매한 컨디션 난조가 반복되는 것이 애디슨병(부신피질기능저하증, Hypoadrenocorticism)의 전형적인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쿠싱증후군이 부신 호르몬이 과다해서 생기는 병이라면, 애디슨병은 정반대로 부신 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증상이 워낙 비특이적이라 다른 여러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고,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알아두면 좋은 질환입니다.

왜 생길까

애디슨병은 부신 겉질(피질)이 코르티솔(글루코코르티코이드)과 알도스테론(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면역계가 자신의 부신 조직을 서서히 파괴하는 자가면역성 부신염으로, 사람의 애디슨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밖에 쿠싱증후군 치료제(트릴로스탄, 미토탄)를 복용하다가 부신 기능이 과도하게 억제되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다 갑자기 끊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의인성 애디슨병이라고 합니다. 뇌하수체 이상으로 코르티솔만 부족하고 알도스테론은 정상인 비정형(atypical) 애디슨병도 있습니다. 대개 자가면역 파괴가 코르티솔을 만드는 부위를 먼저 손상시키고 알도스테론을 만드는 부위는 나중에 손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형적인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정기적인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잘 걸리는 강아지

  • 젊은~중년 암컷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되지만, 나이·성별·견종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스탠다드 푸들은 유전적으로 발병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이 밖에 견종 크기와 무관하게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 그레이트데인, 로트와일러, 포르투기즈워터도그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주 보고됩니다.
  • 쿠싱증후군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강아지라면 의인성 애디슨병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레이트 프리텐더'라 불리는 이유

애디슨병은 수의학에서 '위대한 흉내쟁이(the great pretender)'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진단이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증상이 특정 질환을 딱 가리키지 않고 소화기, 신장, 신경계 등 여러 시스템의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며칠 아프다가 수액을 맞고 나아지면 단순 급성 위장염 정도로 넘기기 쉽습니다.

  • 무기력, 활력 저하가 반복되거나 서서히 심해짐
  •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남
  • 식욕부진과 원인 모를 체중 감소
  •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남(다음다뇨)
  • 스트레스 상황(입원, 미용, 손님 방문 등) 뒤에 증상이 악화됨
  • 떨림, 근력 저하로 인해 걷기 힘들어함

애디슨 위기, 응급 상황을 놓치지 마세요

애디슨병이 있는 강아지 중 상당수는 이런 애매한 증상이 먼저 반복되다가 갑자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애디슨 위기(Addisonian crisis)'로 병원을 찾으면서 진단됩니다. 알도스테론 부족으로 체내 나트륨과 칼륨 균형이 깨지면서 심한 탈수, 쇼크, 서맥(느린 심박수), 허탈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평소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축 늘어지고 반응이 둔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진단 방법

기초 혈액검사에서 나트륨 대비 칼륨 비율(Na/K ratio)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나오는 것이 애디슨병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비정형 애디슨병에서는 전해질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이것만으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ACTH 자극 검사가 필요한데, ACTH 주사 전후로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을 때 애디슨병이 있는 강아지는 자극을 줘도 코르티솔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 '평탄한(flat)' 반응을 보입니다. 이 밖에 심전도, 흉부·복부 방사선 검사로 심장과 부신 크기 등을 함께 확인하기도 합니다.

치료와 관리

애디슨 위기로 내원했다면 정맥 수액과 전해질 교정, 응급 스테로이드 투여로 상태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급성 위기를 넘긴 뒤에는 평생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가 이어집니다. 알도스테론을 대신하는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제제 (플루드로코르티손 경구약 또는 데속시코르티코스테론 피발레이트 주사제)와, 필요에 따라 소량의 코르티솔 대체제인 프레드니솔론을 함께 사용합니다. 정기적으로 전해질 수치를 확인하며 용량을 조절해야 하고, 임의로 약을 끊거나 용량을 바꾸면 다시 위기 상태에 빠질 수 있어 반드시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예방과 관리

자가면역성 애디슨병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진단을 받은 뒤에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미용, 여행, 입원, 낯선 환경)에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사전에 수의사와 스트레스 상황 대비 용량 조절(스트레스 도스)을 상의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신디 같은 활발한 강아지도 컨디션이 며칠씩 오르내리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인다면 단순히 예민해서라고 넘기지 말고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으면 애디슨병이 있는 강아지도 대부분 정상적인 수명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