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 2026-09-11

개와 인간은 언제부터 함께 살았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

개의 가축화 시점과 기원지를 둘러싼 고대 DNA 연구 결과와, 아직 학계에서 결론 나지 않은 쟁점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했습니다.

야외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회색늑대의 얼굴 클로즈업
Photo by Andreas Schnabl on Pexels

소파 위에서 배를 드러내고 자는 강아지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동물의 조상은 늑대라던데, 대체 언제부터 어쩌다 우리 집 거실까지 들어오게 된 걸까. 검색해 보면 “1만5천 년 전”부터 “4만 년 전”까지 숫자가 제각각이고, 기원지도 시베리아라는 글과 동아시아라는 글이 나란히 나옵니다. 답이 흩어져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학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난 15년 사이 고대 DNA 분석이 발전하면서 확실해진 것과, 여전히 논쟁 중인 것의 경계는 꽤 또렷해졌습니다. 그 경계선을 시간순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눈밭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회색늑대
Photo by Leon Aschemann on Pexels

농경보다 먼저였다 — 순서를 뒤집어야 하는 이야기

가축화라고 하면 흔히 이런 그림을 떠올립니다. 사람이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곡식 창고를 지키고 가축을 몰기 위해 늑대를 길들였다는 그림입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개는 인류가 처음으로 곁에 둔 동물이고, 농경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2020년 학술지 Science에 실린 Bergström 연구팀의 논문 (“Origins and genetic legacy of prehistoric dogs”)은 이 점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연구팀은 최고 약 1만1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개 27마리의 게놈을 분석했는데, 이 시점은 소·양·돼지 같은 다른 가축은 물론 밀과 보리의 재배보다도 앞섭니다. 즉 개와 사람의 관계는 농부와 가축의 관계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사람들과 야생 육식동물 사이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이 전제 하나만 바꿔도 뒤따르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농사도 짓지 않고 마을도 없던 사람들이, 자기도 먹을 것이 부족했을 빙하기에, 왜 덩치 큰 육식동물과 한 자리에 있게 되었을까요.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 질문을 둘러싼 것입니다.

우리 개의 조상은 지금 살아 있는 늑대가 아닙니다

“개의 조상은 회색늑대”라는 문장은 절반만 맞습니다. 유전체 연구가 가리키는 그림은 조금 다릅니다. Freedman 연구팀의 2014년 PLOS Genetics 논문과 Skoglund 연구팀의 2015년 Current Biology 논문을 비롯한 여러 분석에서, 개는 오늘날 살아 있는 회색늑대 집단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멸종한 후기 플라이스토세의 어떤 늑대 개체군 — 또는 그와 아주 가까운 개체군 — 에서 분기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비유하자면 지금의 회색늑대는 개의 부모가 아니라 사촌입니다. 직계 조상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현존 친척’인 셈이고, 개와 늑대는 공통 조상에서 각각 갈라져 나온 두 갈래입니다. 동물원에서 늑대를 볼 때 “우리 개의 옛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옛 모습에 해당하는 개체군은 이미 사라졌고, 우리는 그 흔적을 뼈와 DNA로만 추적하고 있습니다.

분기 시점에 대해서는 Skoglund 연구팀이 약 2만7천~4만 년 전이라는 추정치를 제시했습니다. 폭이 넓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이 구간은 빙하가 가장 크게 확장했던 최종빙기극성기보다 앞선 시기입니다. 개와 늑대의 갈라짐이 지구 기후가 가장 혹독해지기 전에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는 뜻이죠. 다만 이 숫자는 화석에 찍힌 연대가 아니라 돌연변이 속도를 역산해 추정한 값이라, 연구팀과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 둘 것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갈라진 시점과, 사람 곁에서 살기 시작한 시점은 같지 않습니다. 앞의 숫자는 “언제 개가 우리와 살기 시작했나”가 아니라 “언제 두 계통이 유전적으로 나뉘기 시작했나”에 가깝습니다. 뼈로 확인되는 증거는 훨씬 뒤에 나타납니다.

박물관 진열장에 나란히 놓인 오래된 개과 동물 두개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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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년 전 두개골 두 개 — 고예와 알타이가 아직 논쟁 중인 이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라는 제목으로 종종 소개되는 표본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벨기에 고예 동굴에서 나온 두개골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값 자체는 3만1천여 년 전(31,680±250 BP)이고 이를 보정하면 약 3만6천 년 전으로 환산됩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알타이 산맥의 라즈보이니치야 동굴에서 나온 두개골입니다.

고예 두개골은 한동안 가장 이른 개의 후보로 널리 인용됐습니다. 그런데 2015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3D 형태계측 분석에서 이 표본이 늑대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왔고, 그 이후로도 결론이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지 늑대인지를 두개골 모양으로 가르는 일이 생각만큼 깔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알타이 표본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Ovodov 연구팀은 2011년 PLoS ONE 논문에서 방사성탄소연대를 평균 약 3만3천 년 전으로 보고하면서도, 이 표본을 완성된 개가 아니라 ‘미완의(incipient) 개’로만 규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최종빙기극성기의 기후 변화 때문에 이 지역의 가축화 시도가 중간에 끊겼을 가능성까지 제시했습니다. 이후 재분석에서도 이 두개골은 개와 늑대의 중간적 특성을 보인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 표본이 주는 교훈은 이렇습니다. 가축화는 어느 날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듯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작됐다가 흐지부지되고,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됐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오래된 개 화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본-오버카셀 — 논쟁이 끝나는 1만4천 년 전의 한 장면

반대로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독일 본-오버카셀에서 발견된 약 1만4천2백~1만4천7백 년 전의 개 뼈입니다. 이 표본이 특별한 이유는 연대가 아니라 발견된 방식에 있습니다. 이 개는 두 사람과 함께 묻혀 있었습니다.

더 인상적인 것은 2018년 재조사 결과입니다.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실린 이 연구에서, 뼈에 남은 흔적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이 개가 어린 시절 중증 질환을 앓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개홍역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그 상태라면 몇 주 동안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 개는 살아남았습니다.

연구자들의 해석은 여기서 나옵니다. 누군가 물을 먹이고 체온을 지켜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았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픈 동안 사냥이나 경비 같은 실용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을 개를 사람들이 끝까지 돌봤다는 정황은, 이 관계가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죽은 뒤 사람과 같은 무덤에 묻힌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이 표본은 논쟁의 성격이 다릅니다. 고예나 알타이 표본이 “이게 개가 맞나”를 두고 다투는 자리라면, 본-오버카셀은 “사람과 개 사이에 유대가 있었나”에 대해 이견이 거의 없는 가장 이른 확증 사례로 다뤄집니다. 아픈 개를 몇 주씩 돌봤다는 흔적이 1만4천 년 전 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오늘 동물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보호자의 모습과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시베리아인가 동아시아인가 — 아직 승자가 없는 기원지 논쟁

장소 문제는 시점 문제보다 더 복잡합니다. 현재 학계에는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공존하고, 각각 나름의 유전학적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 시베리아 단일기원설: Perri 연구팀이 2021년 PNAS에 발표한 연구는 후기 빙하기 시베리아에서 개가 가축화된 뒤 사람의 이동을 따라 퍼져 나갔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 동서 이원기원설: Frantz 연구팀이 2016년 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동아시아 개와 서유라시아 개 사이에 약 1만4천~6천4백 년 전으로 추정되는 깊은 유전적 분기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지역에서 각각 가축화가 일어났고 이후 동아시아 계통이 유럽으로 이동해 기존 유럽 개 계통을 부분적으로 대체했을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 동쪽 기원에 무게를 싣는 결과: Bergström 연구팀이 2022년 Nature에 발표한 고대 늑대 게놈 72개체 대규모 분석에서는, 개가 최소 두 계통에서 조상을 물려받았으며 유럽 늑대보다 아시아 쪽 늑대에 더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셋은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동쪽에서 가축화가 먼저 일어났고 서쪽 늑대 개체군에서 유전자가 추가로 섞여 들어왔다는 식의 조합도 가능합니다. 다만 어느 시나리오도 아직 다른 것들을 밀어내고 정설로 자리 잡지는 못했습니다. “개의 기원지는 ○○입니다”라고 단정하는 글을 만나면, 그건 여러 후보 중 하나를 고른 것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1만1천 년 전, 개는 이미 다섯 갈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2020년 Bergström 연구팀의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 하나는 다양성에 관한 것입니다. 약 1만1천 년 전 시점에 이미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개 계통이 최소 다섯 갈래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농경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개는 이미 넓은 지역에 퍼져 각기 다른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가축화의 시작은 그보다 상당히 앞섰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럼에도 이 연구의 저자들은 논문에서 가축화가 정확히 어디서, 언제,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27마리 고대 개의 게놈을 읽고도 그렇습니다. 이 분야에서 확정적인 문장이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연구는 유럽 개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초기 유럽의 개들은 근동 계통과 시베리아 계통이 섞여 형성된 다양한 집단이었는데, 약 4천~5천 년 전을 지나며 이 다양성이 대부분 사라지고 하나의 계통으로 대체됐습니다. 사람 집단의 이동과 교체가 개의 유전자 지도에도 그대로 찍힌 셈입니다. 개의 역사가 사람의 역사와 얼마나 단단히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람 손이 쓰다듬는 동안 다리에 턱을 기대고 있는 강아지
Photo by Magda Ehlers on Pexels

늑대가 다가온 걸까, 사람이 데려간 걸까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어떻게 시작됐느냐입니다. 여기에도 정설은 없고, 크게 두 갈래의 가설이 경쟁합니다.

연구자 다수가 무게를 싣는 쪽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 가설입니다. 사람이 먼저 손을 뻗은 것이 아니라, 늑대 쪽에서 다가왔다는 설명입니다. 수렵채집 무리가 남긴 사체와 음식 찌꺼기 주변은 위험하지만 칼로리가 확실한 자리였고, 사람을 덜 무서워하는 개체일수록 그 자리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었습니다. 겁이 많아 멀리 달아나는 개체는 그 기회를 놓쳤고요. 그렇게 온순한 기질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지면서, 누가 의도하지 않아도 세대를 거치며 선택이 일어났다는 그림입니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저서 ‘Survival of the Friendliest’에서 이를 “가장 친화적인 개체의 생존”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했습니다. 적자생존의 ‘적자’가 반드시 가장 강한 개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인간 주도설이 있습니다. 사람이 늑대 새끼를 데려다 길렀고, 그중 다루기 쉬운 개체를 곁에 두면서 관계가 시작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여러 수렵채집 사회에서 야생동물 새끼를 데려와 기르는 관습이 관찰되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두 가설 중 어느 쪽도 결정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둘이 반드시 양자택일인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다가온 늑대 무리에서 사람이 마음에 드는 개체를 골라내는 식으로, 두 과정이 순서대로 또는 동시에 작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인간이 늑대를 선택교배해서 개를 만들어냈다”는 식의 서술이 현재 근거보다 훨씬 앞서 나간 문장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확실한 것과,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것

여기까지의 내용을 경계선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비교적 확실한 것: 개는 인류 최초의 가축화 동물이고 농경보다 먼저였다는 점, 개의 직계 조상이 현생 회색늑대가 아니라 멸종한 후기 플라이스토세 늑대 개체군이라는 점, 늦어도 약 1만4천 년 전에는 사람이 개를 함께 묻고 아플 때 돌보는 관계였다는 점, 1만1천 년 전에 이미 최소 다섯 개의 개 계통이 있었다는 점.
  • 아직 논쟁 중인 것: 가축화가 시작된 정확한 시점과 장소, 기원이 한 곳인지 여러 곳인지, 3만 년 전 두개골들이 개인지 늑대인지, 그리고 늑대가 다가온 것인지 사람이 데려간 것인지.

저희 집 푸들 신디를 보고 있으면 이 동그란 얼굴 어디에 늑대가 있나 싶지만, 유전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그쪽입니다. 다만 그 늑대는 지금 야생에 사는 늑대가 아니라, 우리가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채 사라진 어떤 개체군입니다.

연구자들이 쓴 원문에는 ‘추정된다’, ‘가능성이 있다’, ‘특정하지 못했다’ 같은 표현이 빽빽합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만 년 전 일을 뼈 몇 조각과 DNA 조각으로 복원하는 작업의 정직한 상태라는 점을 알고 나면 이 분야의 뉴스를 읽는 눈도 달라집니다. 다음에 또 “개의 기원이 밝혀졌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그 연구가 시점을 말하는지 장소를 말하는지 과정을 말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나 행동 변화가 걱정된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