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일반 · 2026-09-29

강아지와 고양이의 후각, 사람보다 얼마나 예민할까?

후각 수용체 유전자 수와 코 구조, 진화적 특화 차이를 바탕으로 강아지와 고양이의 후각이 사람과, 그리고 서로 얼마나 다른지 실제 연구 결과를 통해 정리했습니다.

촉촉한 코를 드러내고 바닥 냄새를 맡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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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가면 강아지는 전봇대 하나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고양이는 택배 상자를 뜯기도 전에 코를 먼저 들이밉니다. 그럴 때마다 “개 후각은 사람보다 만 배 좋다더라”는 말을 한 번쯤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만 배’는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 그리고 개와 고양이 중에는 누가 더 냄새를 잘 맡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만 배’는 딱 한 가지 냄새로 실험해서 나온 값이고, 개와 고양이는 우열을 가릴 관계가 아닙니다. 두 동물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코를 발달시켰습니다. 그 근거를 논문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산책길 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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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배’라는 숫자는 한 가지 냄새에서 나왔다

이 문구의 근거에 가장 가까운 1차 자료는 1981년 학술지 Chemical Senses에 실린 Marshall과 Moulton의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저먼 셰퍼드에게 알파-이오논(α-ionone)이라는 특정 화합물을 점점 묽게 제시했고, 개가 사람보다 1,000~10,000배 낮은 농도에서도 이 냄새를 감지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여기서 범위의 위쪽 끝이 떨어져 나와 “만 배”라는 말로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이 값이 화합물 하나에 대한 측정이라는 점입니다. 감지 역치는 냄새 분자마다 다르고, 사람과 개의 차이도 냄새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냄새에서는 격차가 이보다 작고, 뒤에서 보겠지만 어떤 냄새는 오히려 사람이 더 예민하게 감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개의 후각이 사람보다 만 배 좋다”는 말은 “어떤 냄새에서는 개가 사람보다 수천 배 이상 낮은 농도를 감지한 기록이 있다”로 고쳐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온라인에서 함께 돌아다니는 “개 뇌의 냄새 처리 영역이 사람보다 몇십 배 크다” 같은 수치도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뇌 영역의 크기가 곧 능력이라는 전제 자체에 대한 반론이 있어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사람 코는 정말 열등할까 — 19세기에 시작된 오해

개의 코를 치켜세우는 말 뒤에는 대개 “사람 후각은 원래 형편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2017년 Science에 실린 John McGann의 논문은 이 전제의 뿌리를 19세기 프랑스 해부학자 폴 브로카에게서 찾습니다. 브로카는 냄새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 뇌에서 후각 관련 구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다는 해부학적 관찰만으로 사람의 후각이 퇴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이 실험적 검증 없이 오랫동안 상식처럼 전해졌다는 것이 McGann의 지적입니다.

McGann은 24종의 포유류를 비교한 자료를 근거로, 사람의 후각 기반이 포유류 가운데 특별히 뒤떨어지지 않은 평균 수준이며 특정 냄새에서는 사람이 개보다 예민한 경우도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개가 대부분의 냄새에서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냄새를 거의 못 맡는 동물”이라는 그림은 과장이었다는 뜻입니다.

반대 방향의 과장도 있습니다. 2014년에 “사람은 1조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Bushdid 등)가 화제가 됐지만, 2015년 eLife에 실린 Gerkin과 Castro의 분석은 같은 데이터에서 통계적 가정을 조금만 바꿔도 추정치가 수천 개 수준에서 천문학적인 숫자까지 요동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1조’는 아직 확정된 사실로 쓰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사람이든 개든 “몇 배”, “몇 개”라는 말이 붙은 후각 수치는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촉촉한 강아지 코를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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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코는 유전자보다 공기 흐름에서 차이가 난다

냄새는 코 안쪽 후각 상피에 있는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붙잡으면서 시작됩니다. 수용체의 종류는 유전자가 정하는데, 2003년 Genome Biology에 실린 Quignon 등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분석에서 개는 기능하는 후각 수용체(OR) 유전자를 대략 800개 이상, 사람은 대략 400개 안팎으로 가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연구마다 분석 방법이 달라 차이가 있으니, 개가 사람의 두 배 정도라는 범위로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유전자 수가 곧 후각 능력인 것은 아닙니다. 2014년 Genome Research에 실린 Niimura, Matsui, Touhara의 13종 포유류 비교 연구에서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가장 많이 가진 종은 개가 아니라 아프리카코끼리였습니다. 코끼리의 온전한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1,948개로 개의 두 배가 넘습니다. 유전자는 ‘어떤 종류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가’의 재료일 뿐이고, 실제 성능은 냄새 분자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용체까지 데려오느냐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이 부분에서 개의 코가 확실히 다릅니다.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상피의 면적은 사람이 약 3~7제곱센티미터(흔히 5제곱센티미터로 인용)인 데 비해 개는 약 150~170제곱센티미터이고, 품종에 따라 그보다 훨씬 넓은 경우도 보고됩니다(Craven 등 2010,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공기 흐름도 다릅니다. Craven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개는 킁킁거릴 때 들숨과 날숨이 지나는 길이 나뉘어 있어, 내쉬는 숨이 새로 들어오는 냄새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킁킁거림은 1초에 4~7번 정도의 빠른 주기로 이어집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양쪽 콧구멍이 서로 다른 공간의 공기를 따로 빨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에 들어온 냄새의 농도 차이를 비교할 수 있으니, 개는 냄새가 ‘있다’는 것뿐 아니라 ‘어느 쪽에서 오는지’까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산책 중 강아지가 바닥에 코를 대고 지그재그로 걷는 모습은 이 방향 정보를 따라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덜 좋은 코’가 아니라 ‘다른 코’

숫자만 나란히 놓으면 고양이는 불리해 보입니다. 고양이의 기능성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약 700개로 개보다 적고, 후각 상피 면적도 약 20제곱센티미터 안팎으로 개에 한참 못 미칩니다(집고양이와 보브캣의 후각 상피 분포를 다룬 Pang 등 2016,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고양이는 개보다 후각이 나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2014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Montague 등의 고양이 게놈 연구는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페로몬처럼 같은 종 사이의 화학 신호를 감지하는 데 쓰이는 V1r 수용체 유전자를 비교했더니, 고양이는 21개, 개는 8개였습니다. 고양이가 2.5배 이상 많습니다. 일반 냄새를 넓게 구별하는 쪽에는 개가 더 많이 투자했고, 다른 개체가 남긴 사회적 신호를 읽는 쪽에는 고양이가 더 많이 투자한 셈입니다. 한 동물이 모든 방향으로 뛰어날 수는 없으니, 두 종이 서로 반대편을 선택한 진화적 맞바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의 구조에서도 고양이의 효율이 드러납니다. 2023년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린 연구는 고양이 코 안의 비갑개가 평행하게 말린 관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고, 이 구조가 냄새 분자를 성분별로 분리해내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프처럼 작동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계산상 냄새 성분을 분리하는 성능이 단순한 직선 통로보다 100배 이상 높다는 결과였습니다. 작은 머리 안에 한정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설계라는 뜻이고, “면적이 작으니 후각이 나쁘다”는 단순한 결론이 맞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개는 품종에 따른 후각 차이를 다룬 연구가 있는 반면, 고양이는 품종별로 후각 능력을 정량 비교한 연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품종 고양이가 냄새를 더 잘 맡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근거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종이 상자 안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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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벌린 채 굳어버리는 순간 — 보습코기관과 플레멘 반응

고양이가 무언가 냄새를 맡은 뒤 윗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고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몇 초간 멈춰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것이 플레멘 반응입니다. VCA 동물병원 그룹의 설명에 따르면, 이 행동은 입천장 쪽에 있는 보습코기관(야콥슨 기관)으로 페로몬 같은 화학 신호를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개도 이 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플레멘 반응은 고양이에서 훨씬 관찰하기 쉽습니다.

보습코기관은 일반 후각과 별도의 경로로 신호를 보내며, 감정과 본능에 관여하는 뇌의 변연계에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무슨 냄새지’를 따지기 전에 빠르게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입니다. 앞에서 본 V1r 유전자가 주로 일하는 곳이 바로 이 기관이라,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의 흔적이나 사람의 옷에 유독 오래 코를 대는 행동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정이 이상해 보여도 정상적인 탐색 행동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탐지견의 실력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약·폭발물·질병 탐지견 이야기를 들으면 개의 코에 딱 정해진 성능 수치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측정 방법과 조건에 따라 크게 흔들립니다. 같은 화합물(아밀 아세테이트)이라도 1984년 실험실 연구(Krestel 등, 비글 6마리)에서는 감지 역치가 수십~수만 ppt로 들쭉날쭉했지만, 2006년 Walker 등이 보상 훈련을 받은 개를 자연스러운 수색 환경에서 측정했을 때는 1~2ppt(1조분의 1~2)까지 내려갔습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2019년 Concha 등의 후속 논문도 이 차이를, 보상을 주며 자연스럽게 냄새를 찾게 한 방식과 물 제한이나 처벌을 쓴 예전 실험실 방식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의료 탐지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Integrative Cancer Therapies에 실린 McCulloch 등의 연구에서는 개가 폐암 환자의 날숨 시료를 구별하는 과제에서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9%로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시 확인한 2012년 Ehmann 등의 연구에서는 민감도 71%, 특이도 93%로 더 낮게 나왔습니다. 당뇨 환자의 저혈당을 알려주는 경보견을 실제 생활 환경에서 살펴본 2017년 Gonder-Frederick 등의 연구에서는 전체 정확도가 54.4%, 저혈당 민감도가 59.2%였고, 개체에 따라 33%에서 100%까지 편차가 컸습니다. 통제된 실험 과제와 변수가 많은 일상 현장은 전혀 다른 조건이라, 탐지견의 능력을 하나의 숫자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품종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2016년 PLOS ONE에 실린 Polgár 등의 연구에서 불독처럼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 개들은 냄새 탐지 과제에서 후각견(scent hound)이나 다른 품종보다 낮은 성적을 보였고, 가장 어려운 단계에서는 우연히 맞히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쪽은 후각견이었습니다. 코가 짧아지면서 비강 구조와 공기 흐름이 달라진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개니까 다 코가 좋다”는 말은 품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단두종 아이가 노즈워크를 유난히 어려워하더라도 노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 개의 밥그릇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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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밥을 안 먹을 때 코를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

고양이에게 후각은 단순한 탐색 도구가 아니라 식사의 출발점입니다. 2005년 PLOS Genetics에 실린 Li 등의 연구는 고양이의 단맛 수용체 유전자(Tas1r2)가 기능을 잃은 위유전자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만큼 음식을 평가할 때 냄새에 크게 의존합니다. 새 사료를 받으면 바로 먹지 않고 한참 냄새부터 맡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는데, 저희 집 브리티시숏헤어 딸기도 그릇 앞에서 코로 먼저 ‘검사’를 끝내야 입을 댑니다.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대표적인 상황이 코막힘입니다. 상부호흡기 감염 등으로 코가 막혀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면, 음식이 앞에 있어도 먹을 것으로 인식하지 못해 식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머크 수의학 매뉴얼(Merck Veterinary Manual)은 고양이가 먹지 않는 상태가 이어질 때 간 지질증(지방간)이 생길 위험을 경고하는데, 특히 비만한 고양이는 짧게는 며칠의 금식만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코감기는 가벼운 불편이지만, 고양이에게는 밥을 굶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그 굶음 자체가 응급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냄새 반응이 달라졌을 때 병원에 문의할 기준

개체마다, 품종마다, 나이에 따라 냄새에 반응하는 정도는 원래 다릅니다. 단두종 강아지가 탐지 놀이에 서툰 것, 나이가 들면서 반응이 조금 느긋해지는 것은 그 자체로 병이 아니니 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우리 아이의 평소 모습에서 달라졌는가’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동물병원에 문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고양이가 코막힘 증상과 함께 사료 냄새를 맡고도 하루 이상 먹지 않는 경우. 특히 비만한 고양이라면 간 지질증 위험이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합니다.
  • 나이 든 개나 고양이가 평소 반응하던 간식, 화장실, 익숙한 사람의 냄새에 눈에 띄게 둔해진 경우. 노화에 따른 변화일 수도 있지만 만성 비염, 치아 질환, 비강 종양 등 다른 원인과 구분하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 갑자기 냄새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식욕부진, 콧물이나 코피, 얼굴 한쪽이 붓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비강 종양 등 여러 가능성이 있어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병원에 갈 때는 언제부터 반응이 달라졌는지, 콧물이 한쪽인지 양쪽인지, 마지막으로 제대로 먹은 때가 언제인지를 적어 가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정확한 확인은 수의사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평소 아이가 어떤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한 번 눈여겨봐 두는 것입니다. 기준이 있어야 달라진 것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반려동물의 코 상태나 식욕 변화가 걱정된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