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일반 · 2026-09-27

이사할 때 반려동물 스트레스, 이렇게 줄여주세요

낯선 냄새와 공간이 강아지·고양이에게 왜 특히 힘든지, 이사 전·당일·이후 단계별로 준비할 것과 탈출·실종 대비, 동물등록 변경신고까지 근거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삿짐 상자를 정리하는 사람들 옆에서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하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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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날이 정해지면 사람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지만, 개와 고양이는 영문도 모른 채 변화를 겪습니다. 익숙한 가구가 하나씩 상자에 들어가고, 낯선 사람들이 현관문을 열어둔 채 드나들고, 도착한 곳은 냄새부터 전부 다른 집입니다. 이사는 한 번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몇 주에 걸쳐 스트레스 요인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이고, 문이 열려 있고 모두가 바쁜 그 틈에 탈출 사고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 글은 국제고양이보호협회(International Cat Care),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 (ASPCA), 미국·국제 고양이수의사회(AAFP/ISFM)의 권고를 바탕으로 이사를 세 단계로 나눠 정리합니다. 짐을 싸기 시작하는 시기, 이사 당일, 그리고 새 집에서 자리를 잡는 몇 주입니다. 페로몬 제품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동물등록 주소는 언제까지 바꿔야 하는지는 뒤쪽 문답에서 따로 다룹니다.

골판지 상자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얼굴이 까맣고 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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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기 전 몇 주 — 이동장과 ‘피난처 방’을 먼저 만든다

이사 준비에서 가장 효과가 큰 일은 대부분 이삿날 훨씬 전에 끝납니다. AAFP/ISFM의 고양이 환경 가이드라인은 고양이에게 필요한 조건으로 안전한 공간, 먹이·물·화장실 같은 자원의 분산, 놀이와 사냥 행동의 기회, 예측 가능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후각 환경을 존중하는 것을 꼽습니다. 이사는 이 다섯 가지를 한꺼번에 흔드는 일이라, 준비 기간에 할 일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 부분을 최대한 남겨두는 것”입니다.

이동장은 몇 주 전부터 가구처럼 둔다. ASPCA는 이사 몇 주 전부터 이동장 문을 열어둔 채 방에 두고, 그 안이나 앞에서 밥을 주며 익숙하게 만들라고 권합니다. 이동장이 병원 갈 때만 나오는 물건이면 꺼내는 순간부터 긴장하는 동물이 많습니다. 저희 집 푸들 신디도 여행 가방만 꺼내면 현관 앞을 서성이는데, 이동장이 그런 신호가 되지 않도록 평소 물건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목적입니다. 개라면 크레이트 훈련 가이드의 단계를 이사 일정에 맞춰 당겨 시작해도 좋습니다.

피난처 방을 정한다. International Cat Care는 짐을 싸기 전에 방 하나를 정해 이동장, 쓰던 침구, 밥그릇과 물그릇, 스크래처, 화장실을 모아두라고 권합니다. 짐 싸기는 이 방을 가장 마지막에 하고, 이 방의 물건은 이사 후 새 집의 첫 방에 그대로 옮깁니다. 익숙한 냄새가 밴 물건을 세탁하지 않고 가져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식별 정보를 미리 확인한다. 내장형 마이크로칩이나 외장형 등록장치에 연결된 연락처가 지금도 맞는지, 인식표에 적힌 번호가 이사 후에도 바로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인지 확인해 둡니다. 주소는 이사 후에 바꿔야 하지만 연락처는 이사 전에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동물이 평소보다 숨는 시간이 늘거나 서성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개는 헐떡임, 잦은 하품, 침 흘림, 떨림, 서성임, 식욕 저하처럼 몸으로 드러나거나 짖음처럼 활동이 많아지는 쪽으로 불안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AAFP/ISFM 가이드라인이 설명하듯 스트레스 요인은 하나씩 쌓일수록 반응이 커지므로, 이 기간에는 밥 시간과 산책·놀이 시간만큼은 평소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삿날 —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을 어떻게 넘길까

이삿날 가장 큰 위험은 스트레스 자체보다 탈출입니다. 현관문이 몇 시간씩 열려 있고, 겁먹은 동물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합니다. ASPCA는 당일에 반려동물을 조용한 방에 넣고 문을 닫아두거나, 아예 지인 집에 맡기라고 권합니다.

  • 피난처 방 문에 “열지 마세요” 같은 안내를 붙이고, 이삿짐 업체에도 미리 알려둔다
  • 짐을 모두 빼는 동안 동물은 이동장 안이나 닫힌 방 안에 있게 하고, 마지막에 그 방을 비운다
  • 이동장은 뒷좌석 발밑에 두거나 안전벨트로 고정한다. 트렁크나 이삿짐 트럭 짐칸에는 싣지 않는다
  • 이동 중이나 새 집에 도착한 직후 이동장 문을 차 안에서 열지 않는다
  • 잠깐이라도 동물을 차 안에 혼자 두지 않는다

마지막 항목은 여름 이사라면 특히 중요합니다. ASPCA의 차내 방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바깥 기온이 85°F(약 29°C)인 날 닫힌 차 안은 10분이면 100°F(약 38°C)를 넘고, 30분이면 120°F(약 49°C)까지 오릅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으로는 위험이 크게 줄지 않습니다. 짐을 내리는 동안 “금방 올 테니까” 차에 두는 상황이 가장 흔한 함정입니다. 심하게 헐떡이거나, 비틀거리며 혼란스러워 보이거나, 축 늘어지거나, 잇몸과 혀가 짙은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은 열사병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이고, 구토·설사·경련·쓰러짐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온라인 정보로 판단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이삿짐 소음과 낯선 사람의 출입에 유독 크게 반응하는 개라면, 평소 소리 자극을 어떻게 다루는지 정리한 소음 공포증 글의 내용을 당일 계획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차 뒷좌석에 놓인 철제 이동장 안에 있는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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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 첫 2~3주 — 방 하나에서 시작해 집을 넓혀간다

새 집에 도착하면 짐을 풀기 전에 방 하나부터 준비합니다. 이전 집 피난처 방에 있던 침구, 밥그릇, 화장실, 스크래처를 그대로 옮겨두고, 창문과 방충망이 제대로 잠기는지, 가구 뒤나 붙박이장에 동물이 들어갈 만한 틈이 없는지, 씹을 수 있는 전선이 노출돼 있지 않은지 먼저 확인합니다. ASPCA는 이 방을 ‘홈베이스’로 삼아 며칠에 걸쳐 조금씩 다른 공간으로 넓혀가라고 권합니다.

고양이를 도착하자마자 온 집에 풀어두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낯선 공간을 마주하게 되고, 겁을 먹으면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버리기 쉽습니다. 방 하나에서 먹고 자고 화장실을 쓰는 것이 편해 보이면 문을 열어 옆 공간을 탐색하게 하고, 그 방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남겨둡니다. 화장실을 최종 위치로 옮기고 싶다면 ASPCA 권고대로 하루에 30cm 정도씩 조금씩 이동시키는 편이 갑자기 옮기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바깥 출입은 서두르지 않는다.이전 집에서 마당이나 베란다 밖을 드나들던 고양이라도, International Cat Care는 새 집에서는 최소 2~3주 동안 실내에만 두라고 권합니다. 고양이가 새 집을 ‘내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밖에 나가면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거나 이전 집 방향으로 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는 첫 산책부터 목줄과 하네스가 잘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낯선 동네에서는 목줄을 풀지 않습니다.

밥과 산책, 놀이 시간을 이전 집과 같은 시각에 맞추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공간은 바뀌었어도 하루의 흐름이 그대로라는 것이 예측 가능성을 돌려줍니다. 다른 반려동물과 함께 이사했다면 이전 집에서 잘 지냈더라도 새 공간에서 긴장이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처음부터 다시 소개하는 마음으로 다견·다묘 합사 가이드의 단계를 짧게 다시 밟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양이가 옛집으로 계속 돌아가려 하거나, 몇 주가 지나도 불안한 모습이 이어진다면 수의사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낯선 집 거실에서 소파 옆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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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이 자주 묻는 세 가지

Q. 페로몬 디퓨저를 꽂아두면 이사 스트레스가 줄어드나요?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2010년 JAVMA에 실린 Frank 등의 체계적 고찰은 2008년까지 발표된 반려동물 페로몬 제품 연구 14편을 검토했는데, 그중 11편은 효과를 판단하기에 근거가 불충분했고 1편은 효과가 없다는 결과였습니다. 개의 경우 훈련 중 공포·불안을 줄이는 데는 근거가 있었지만, 소음 공포나 이동과 관련된 문제에는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2020년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페로몬 제품 사용 후 보호자가 느끼는 이완도가 좋아졌다고 보고했지만, 보호자의 주관적 평가에 기댄 연구인 데다 위약 대조군이 없었고 제품은 제조사(Ceva)가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페로몬 제품은 써볼 수는 있는 보조 수단이지, 이것만으로 이사 스트레스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동장 적응, 피난처 방, 단계적인 공간 확장처럼 환경을 관리하는 쪽이 먼저입니다.

Q. 이사하면 동물등록 정보도 바꿔야 하나요?

등록된 동물이라면 바꿔야 합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9조제2항에 따라 소유자의 주소나 연락처 같은 등록 사항이 바뀌면 30일 이내에 변경신고를 해야 하고,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는 10일 이내에 분실신고를 해야 합니다. 주소·연락처 변경은 정부24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animal.go.kr)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고, 2022년 12월부터는 소유자 변경, 중성화 여부, 분실, 사망, 회수 신고도 온라인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개명으로 인한 소유자 이름 변경, 동물 이름·생일 변경 등 일부 항목은 방문 신고가 필요합니다.

개는 생후 2개월 이상이면 동물등록이 의무이고,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입니다. 고양이는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등록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없지만, 2022년 2월부터 시범사업이 전국 모든 지자체로 확대돼 어느 지역에서나 원하면 등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의 변경신고 의무는 이미 등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Q. 인식표를 달아두면 등록한 것과 같은가요?

아닙니다. 개의 경우 동물등록으로 인정되는 방식은 내장형 마이크로칩과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뿐이고, 고양이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만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새긴 인식표만으로는 등록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인식표는 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스캐너 없이 곧바로 연락할 수 있게 해주므로, 등록과 별개로 이사 기간에 달아두는 것이 여전히 유용합니다.

그래도 문틈으로 빠져나갔다면 — 먼 곳보다 가까운 곳부터

실종 고양이 1,210마리를 분석한 Huang 등의 2018년 연구는 수색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가 됩니다. 1년 안에 발견된 고양이는 61%였고, 34%는 7일 안에 살아서 발견됐습니다. 90일이 지나서 살아서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발견된 고양이의 75%는 탈출한 지점에서 500m 안에 있었습니다. 직접 돌아다니며 찾는 물리적 수색은 살아서 발견될 가능성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말할 수준에는 조금 못 미쳤습니다.

즉 멀리 갔을 거라고 단정하기보다, 초기 며칠 동안 집 주변 반경 500m를 중심으로 차 밑, 덤불, 창고, 계단 아래처럼 숨을 만한 곳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이 현실적인 순서입니다. 동시에 등록기관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분실신고를 하고, 주변 동물병원과 보호소에도 알려둡니다. 이사 직후라면 이전 집 주변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적응 기간이라도 병원에 문의해야 하는 신호

이사 직후 입맛이 떨어지거나 숨어 지내는 모습은 적응 과정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로만 넘기지 말고 수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정확한 확인은 진료가 필요합니다.

  • 하루 가까이 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 24~48시간 넘게 전혀 먹지 않는다. 고양이는 굶는 상태가 이어지면 지방간 위험이 있으므로 이보다 더 일찍 상담하는 편이 좋다
  • 배변 실수, 구토, 설사가 며칠째 이어진다
  • 변이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 극심하게 숨어 지내거나, 털이 빠질 만큼 과도하게 핥는 모습이 2주 넘게 계속된다
  • 여름철 이동 중이나 직후 심한 헐떡임, 비틀거림, 축 처짐, 짙은 붉은 잇몸이 보인다 — 응급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에 연락한다

참고 자료

  • Frank D, Beauchamp G, Palestrini C. (2010). Systematic review of the use of pheromones for treatment of undesirable behavior in cats and dogs. JAVMA 236(12):1308–1316.
  • Prior MR, Mills DS. (2020). Cats vs. Dogs: The Efficacy of Feliway Friends and Adaptil Products in Multispecies Homes.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7:399.
  • Huang L, Coradini M, Rand J, et al. (2018). Search Methods Used to Locate Missing Cats and Locations Where Missing Cats Are Found. Animals 8(1):5.
  • Ellis SLH, et al. (2013). AAFP and ISFM Feline Environmental Needs Guidelines.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
  • Rodan I, et al. (2022). AAFP/ISFM Cat Friendly Veterinary Interaction Guidelines.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
  • International Cat Care, Moving house with your cat.
  • ASPCA, Moving With Your Pet.
  • ASPCA, Pets Left in Hot Cars (https://www.aspca.org/blog/pets-left-hot-cars-everyones-problem).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9조 / 정부24·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수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 이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동물등록 관련 세부 사항은 거주지 지자체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